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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무예도보통지》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이후
글쓴이 : 시냇물 날짜 : 2018-02-11 (일) 14:06 조회 : 5637
[통일문화 가꿔가기27]《무예도보통지》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이후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8/02/11 [08:02]  최종편집: ⓒ 자주시보

 

2017년 10월 30일 유네스코 총국장이 《무예도보통지》의 《세계기록유산계획 국제등록부》등록을 승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1월 3일 소식을 전하면서 인민대학습당 실장 김영애의 말을 빌어 “평안북도 선천군에서 발굴된 민족고전 《무예도보통지》가 우리 민족의 전통무술동작들을 전면적으로 종합체계화한 군사관계의 도서”라고 소개하고 “태권도의 발상지인 우리 나라 민족무술의 력사와 우수성을 보여주는 이 도서가 조선의 첫 세계기록유산”으로 되었다고 설명했다. 보도에 의하면 2016년에 《무예도보통지》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아시아태평양지역기록유산으로 등록되었다. 

 

▲ 《무예도보통지》는 “Comprehensive Illustrated Manual of Martial arts”라는 영문 신청명으로 등재되었다.  


그보다 앞서 11월 1일에 한국애서는 한국이 손놓고 있는 새에 북이 《무예도보통지》를 기습 등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제목을 보고 민족의 문화재산을 놓고 꼭 “기습 등재”라고 묘사하면서 불평을 부려야 하나 의문이 들었다가 본문을 보니 한국 나름 고민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국립중앙도서관 등이 무예도보통지 수십 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문화재청은 “세계기록유산은 소장 기관이 등재 신청을 해야 국내 심사를 하는데 지금까지 국내에서 신청한 기관이 없었다”고 밝혔단다. 

 

상식적으로 선천군에서 발굴된 판본이 규장각 판본보다 상태가 나을 가능성이 적으나, 워낙 고전문헌이 적고 참혹한 전쟁을 겪으면서 손실이 많았던 북에서 어쩌다가 남아 내려온 하나를 아낀 사람들이 신청하고 통과시켰던 모양이다. 판본 내력에 대해서는 아리랑협회의 메아리 사이트가 2017년 12월 25일 기사 “우리나라의 민족유산의 하나인 《무예도보통지》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윤령정 기자)에서 간단히 소개했다. 

 

“주체41(1952)년 평안도지역에서 발굴되여 국립중앙도서관(당시)에 기증되였던 《무예도보통지》는 현재 인민대학습당에 보관되여있다.” 

 

한편 재일 《조선신보》는 2017년 11월 21일 “무술을 그림으로 해설한 책”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표하여 “군사들의 훈련용교범집”으로 이용된 《무예도보통지》를 소개했는바, 조선에 소장된 판본을 언급했다. 

 

“《무예도보통지》는 문자그대로 무예(무술)를 그림으로 해설한 책이란 뜻이다. 1790년에 한문으로 된 도서(총 4권)와 함께 조선글로 알기쉽게 쓴 《무예도보통지언해》(《총보》1권)가 간행되였다. 현재 인민대학습당에는 한문으로 된 도서만이 보존되여있다.” 

 

이 한문판본은 2006년에 나온 예술영화 《평양날파람》의 시작부분에 등장한다. 현시점에서 전통무예를 연구하는 한 해외동포가 인민대학습당에 찾아가 소중히 보관된 “비서” 《무예도보통지》를 찾아본다. 뒤이어 약 100년 전으로 넘어가서 책이 남아내려온 사연이 그려진다, 평양의 무술인(날파람이란 평양지방 무술이름이자 무술패의 이름이란다. 영화에서는 “택견군”이라고도 불린다)이 조선을 삼킨 일제에 맞서 싸우는데 그 핵심은 빼앗긴 《무예도보통지》 되찾아오기. 

 

▲ 북의 영화 '평양날파람'의 한 장면     © 자주시보
▲ 평양날파람의 주인공     © 자주시보

 

2006년에 북에서 크게 성공한 영화는 《한 녀학생의 일기》와 《평양날파람》이었다. 하나는 현실을 꾸밈없이 보여주어 인기를 끌었고 하나는 옛이야기를 흥미롭게 엮어서 그려내 소문을 냈다. 

《무예도보통지》 수십 권이 보관되어있다는 남에서 연구자들이 《평양날파람》을 보면 주요인물들이 목숨을 걸고 《무예도보통지》를 되찾아온다는 이야기에 헛웃음을 지을 지도 모르겠다. 반북논리대로는 그런 영화도 북의 역사왜곡으로 되기 쉽겠다. 

또한 무술역사를 아는 사람들은 《평양날파람》이 시작부분의 대사와 마지막 부분 현대시점에서의 조선(북한) 태권도 시범이 태권도, 택견, 날파람, 무예도보통지를 잇는 설정이 불편할 수도 있다. 

 

《무예도보통지》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대해, 한국에서는 엇갈린 반향들이 나왔다. 인터넷 댓글에는 누가 등재하든지 등재하면 좋다는 식의 반향이 많았고, 정해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북한 이름으로 등재된 점은 안타깝지만 책 내용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을 만한 독창성을 갖췄다고 유네스코가 판단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남의 학계에서 문제로 삼는 건 북이 등재 신청서에 “《무예도보통지》에 실린 무예는 고조선·고려를 통해 조선으로 이어졌으며 이것이 현대 북한 태권도의 원형이 됐다", "삽화는 김홍도가 그렸다"고 주장한 대목이라 한다. 한국 학계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인데, 《무예도보통지》가 아·태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직후였던 2016년 8월 문화재청은 북과의 세계기록유산 공동 등재를 검토하면서 그런 내용을 확인했지만 공동 등재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적극적인 시정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한다. 남의 수십 권 가운데 북에 없는 《무예도보통지언해》(《총보》1권)가 있다면, 남북 공동 등재 가능성이 아주 높을 텐데, 박근혜 대통령 수하의 문화재청이어서인지 기회를 놓쳤다. 그리고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북의 주장을 유네스코가 공인한 셈이 됐다고 불평한다. 

김홍도와 관련해, 전통그림을 연구자 심규섭 씨는 “무예도보통지와 김홍도”(《통일뉴스》 2017년 11월 30일자)에서 김홍도의 이름이 삽화 자료에 나오지는 않는다고 지적하면서도 참여 가능성을 지적했다. 

 

“[무예도보통지]는 국가적인 편찬사업이었고 이런 중대한 사업에 들어가는 미술작업에 김홍도가 빠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때 택견을 수련했던 저자는 여러 해 미술자료들을 접하면서 위와 같은 생각을 한지 오래겠지만, 북의 등재 통과 후에 글로 발표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이 아니어서 “종북”으로 몰리지 않은 게 다행이라 할까? 

 

《무예도보통지》의 그림들을 김홍도가 그렸느냐, 태권도를 그 책과 연결시킬 수 있느냐, 나아가서는 《무예도보통지》라는 책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워낙 설과 주장들이 많으니 어느 것이 100% 정확하다고 찍을 수 없다. 

단 태권도라는 개념의 탄생부터 그 역사에 이르기까지, 최홍희라는 현대인의 역할과 지위에 이르기까지(최홍희 이름 석자가 오랜 세월 한국에서 금기어로 되었음을 상기해보시라), 하나로 시작한 태권도가 크게 두 갈래로 갈라져서 다른 특징들을 드러내기까지, 남과 북에서 펴는 주장들이 너무나도 어긋나는 현실을 감안하면 《무예도보통지》라는 고전도서의 세계기록유산등재를 놓고 북한의 주장을 유네스코가 공인했다는 걱정은 좀 웃기지 않는가? 

 

《무예도보통지》는 많은 의미에서 과거형으로 되었다. 이제 문제는 다른 민족문화유산들을 어떻게 보존하거나 빛내겠느냐, 미래에 부끄럽지 않은 현재문화재보를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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