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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서원, 알고 보면 매력있는 인문학 여행지
글쓴이 : 시냇물 날짜 : 2018-01-14 (일) 21:29 조회 : 5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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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서원> 책표지." style="border: 1px solid rgb(153, 153, 153); text-align: center; max-width: 600px;" />
▲  <한국의 서원> 책표지.
ⓒ 다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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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은 향교와 함께 우리의 옛 교육시설이자 유교 문화유산이다. 향교와 서원은 얼핏 같아 보인다. 둘 다 공부를 하는 강학 공간(강당 등)과 제향 공간(사당)을 기본으로, 여러 부속 건물들을 갖추고 있는데, 건축물들의 모습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둘은 뚜렷하게 다르다. 향교는 국가에서 세운 국립교육 기관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표준화되어 있다. 그래서 어느 향교에든 명륜당(강당)과 대성전(사당)이 있고 모습도 비슷하다. 그런데 서원의 강당이나 사당은 서원마다 다른 모습인 데다, 저마다 다른 이름들을 가지고 있다. 

더욱 뚜렷하게 다른 것은 향교나 서원의 중요 공간인 사당에 누구를 모셨는가다. 향교의 사당에는 공자나, 중국의 4대 성인, 우리나라 18현인 등을 모셔두고 제향한다. 그러나 서원의 사당에는 퇴계 이황이나 유성룡 등처럼 우리나라 역사에 굵은 획을 그은, 특히 학문이 뛰어난 인물들을 모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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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의 사당에 그와 같은 특정 인물들을 모시고 때가 되면 제사를 지내곤 했던 것은, 서원이 그 인물의 학문세계나 삶을 기리는 동시에 그를(학문세계와 삶) 배우거나 본받고자 문인과 유림 등 지역민들에 의해 세워진 사립교육시설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장소들은 그곳에 살았거나 머물렀던 사람들과 관련된 수많은 사연들을 간직하고 있다. 국가에 의해 세워지다보니 건축물들이 어느 정도 획일적인 향교에 비해 자율적으로 세워지고 운영된 서원이 훨씬 다채롭고 풍성한 이야깃거리들을 품고 있음은 물론이다. 

 도산서원의 강당인 전교당(보물 제210호)이다. 서원의 강당은 사당과 함께 서원을 이루는 대표적안 공간이다. 양쪽 전각은 학생들이 머물며 공부하는 동재와 서재다.
▲  도산서원의 강당인 전교당(보물 제210호)이다. 서원의 강당은 사당과 함께 서원을 이루는 대표적안 공간이다. 양쪽 전각은 학생들이 머물며 공부하는 동재와 서재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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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산서원의 제향공간(사당)인 상덕사(보물 제211호)에는 퇴계 이황과 문하생인 조목의 위폐를 봉안, 제향해오고 있다. 상덕사는 전교당과 함께 도산서원의 중심 전각이다.
▲  도산서원의 제향공간(사당)인 상덕사(보물 제211호)에는 퇴계 이황과 문하생인 조목의 위폐를 봉안, 제향해오고 있다. 상덕사는 전교당과 함께 도산서원의 중심 전각이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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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계 이황이 손수 지었으며, 생전 머물며 학동들을 가르쳤다는 도산서당이다. 세로 현판과 이어 넓힌 처마가 독특하고 고유한 건축물이다.
▲  퇴계 이황이 손수 지었으며, 생전 머물며 학동들을 가르쳤다는 도산서당이다. 세로 현판과 이어 넓힌 처마가 독특하고 고유한 건축물이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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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에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 건축물들이나 역사적 인물들의 삶이나 학문세계 등을 알 수 있는 자료 또한 많다. 우리에게 유명한 안동 도산서원의 경우만 해도 문화재로 지정된 '전교당(보물 제210호)'과 '상덕사 및 삼문(보물 제211호)'을 비롯하여 시사단과 농운정사, 도산서당 등 독특하고 가치 있는 건축물들이 많다. 그래서 사적 제170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서원이 매력 있는 인문학 여행지인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서원에 대해 알기란 쉽지 않다. 저마다 다른 형태의 여러 건축물들로 이뤄진 공간이라 서원의 기본적인 성격이나 옛 건축물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야 서원을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을 텐데...

서원에 갈 때마다 뭣보다 난감한 것은 한자로 된 현판들이다. 용케 읽을 줄 알아도 그 뜻이 짐작되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다. 건물의 성격에 따라 이름을 붙이는 사찰의 전각과 달리 같은 성격의 전각일지라도 사찰에 따라 모두 다른데 논어나 춘추 등과 같은 유교 관련 책이나, 옛사람들의 일화(고사) 등에서 차용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서원은 어떤 곳인가? 서원에서 꼭 둘러봐야 하는 곳이나 눈여겨봐야 할 것들은 뭘까? 어떻게 하면 서원을 보다 쉽게, 그리고 친근하게 만날 수 있을까? <한국의 서원>(다른 세상 펴냄)에서 힌트를 얻으면 될것 같다. 

"현존하는 서원 강당의 편액을 살펴보면, 서원 이름을 쓴 편액 하나만 걸려있는 경우와 강당 이름을 쓴 편액이 함께 걸려 있는 경우가 있다. 또한 강학의 중심이 강당인 만큼 당호를 지을 때 공맹의 도리와 성리학의 핵심 언어를 인용하거나 주자를 비롯한 성현들, 또는 서원에 배향된 스승의 사상과 철학, 주의나 주장을 표방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의 목표가 그대로 당호에 드러나 있는 셈이다. <br /><br />입교당은 병산서원의 강당 이름이다. 강당의 원래 이름은 숭교당이었고, 명륜당이라고도 불렀다. '입교'를 직역하면 '가르침의 법을 세운다'는 뜻이다. 바람직한 교육을 하려면 먼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배울 것인가에 대한 기본 방침과 내용이 정립돼 있어야 한다. (…) '입교'는 <소학>의 편명이기도 하다. <소학>은 하은주 삼대 때 사람들을 교육시키던 책으로, 옛날 사람들은 8세가 되면 반드시 이를 배워야했다. 진시황의 분서갱유로 없어진 것을, 주자가 세상이 어지러워짐을 개탄하며 후학들을 계몽하기 위해 옛날에 들은 것을 수집하여 다시 저술하게 되었다. 이 책은 조선 유학자들에게는 삶을 영위하는 중요한 도덕적 기준이자 '행동 강령'과도 같았다."-(63~67)


 서원을 이해하려면 공간 특징을 알아야 한다. 강학공간, 즉 공부하는 공간은 서원 앞쪽에, 제향공간(사당)은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다. 도산서원의 경우 가장 높은 곳에 사당 상덕사가 있다.
▲  서원을 이해하려면 공간 특징을 알아야 한다. 강학공간, 즉 공부하는 공간은 서원 앞쪽에, 제향공간(사당)은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다. 도산서원의 경우 가장 높은 곳에 사당 상덕사가 있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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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산서원 뜰에서 본 강 건너 시사단. 정조의 퇴계 이황과 도산서원에 대한 애정이 깃든 유적이다. 정조의 명으로 별과(특별한 날이나 행사 등을 기념해 치렀던 과거시험)가 치러진 곳이다. 당시 8천명이 시험을 봤다고 한다.
▲  도산서원 뜰에서 본 강 건너 시사단. 정조의 퇴계 이황과 도산서원에 대한 애정이 깃든 유적이다. 정조의 명으로 별과(특별한 날이나 행사 등을 기념해 치렀던 과거시험)가 치러진 곳이다. 당시 8천명이 시험을 봤다고 한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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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의 시작과 목적은 '선현을 제향하고 그들의 학문과 언행을 배우고 수신하고자'이다. 그런데 이와 전혀 다르게 특정 문중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무분별하게 건립되기도 했다. 과정에 특별한 학문성과나 나라에 공적이 없는 인물이 그럴싸하게 포장되는 등 부정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정치계와 경제계에 관여하거나, 붕당의 근거지가 되기도 했다. 양민들이 군역을 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서원들의 이런 부정을 끊은 것은 고종 8년(1871년)에 단행된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 그로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국가가 인정, 노비 등 재정지원을 한)인 소수서원을 포함한 47개의 서원만 남아 현재에 이른다. 

2015년, 우리는 한국서원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데다, 일반인들이 많이 찾는 소수서원과 도산서원, 병산서원 등 유서 깊은 9개 서원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 했으나 과정상의 문제로 무산되고 말았다고 한다. 이 책은 이들 9개 서원을 중심으로 서원을 길잡이 한다.

"사물의 위치는 한 번 곧게 펴면 한번 굽혀야 하는 법이다. 공자도 "자벌레가 몸을 굽히는 것은 장차 몸을 펴기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굽히기만 하고 펴지 않는다면 고유함을 유지할 수 없고, 펴기만 하고 굽히지 않는다면 움직임을 이어갈 수 없다. 학문을 하는데도 긴장과 이완을 조화롭게 해야 바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br /><br />(…) 쉼을 뜻하는 한자 단어로 휴식이 있다. 休(휴)는 일하는 것을 그만두고 나무에 기대어 쉬는 인간의 모습을 나타낸 글자이다. 여기서 木(목)은 단순히 한 나무를 가리키기보다 산수자연을 의미하는 것이다. '휴'라는 글자 하나에도 이처럼 자연과 함께 하는 동양 사람들의 쉼의 철학이 투영돼 있다. 한편 식(息)은 들숨과 날숨 사이의 공백을 가리키며, 한숨 놓았다고 하는 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또한 '휴게'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게(憩)는 설(舌)과 식(食)의 합자로, 혀로써 음식을 맛보기도 하고 남과 이야기를 나누며 쉰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를 비교해 보면 휴(休)는 정적 측면이 강한 개념임을 알 수 있다."-(129~131)


책의 구성이 돋보이는 것은 9개 서원을 각각 설명하지 않고, 서원의 특징인 공간으로 구분해 들려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제2장의 주제는 '진입공간'으로 외삼문과 내삼문, 그리고 홍살문 등이 이에 속한다. 책은 외삼문과 내삼문 등에 대해 전체적으로 설명한 다음 병산서원 복례문이나 도동서원 환주문, 소수서원 지도문…, 이처럼 각 서원들의 문을 설명해준다.

제3장은 강학공간, 제4장은 제향공간. 역시 2장처럼 각각 전체적으로 설명한 다음 각 서원별로 다시 설명한다. 게다가 지식적 혹은 사전적 설명에 치우치지 않고 첫 번째 인용처럼 건물 특징과 관련 일화를 적절하게 섞어 설명한다. 그래서 서원이 훨씬 쉽게 이해되고 궁금해진다. 

 퇴계 이황의 매화사랑은 유멸하다. 매화사랑에 그치지 않고 손수 많은 나무들을 심었다고 한다. 서원 주변은 물론 서원 곳곳에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자라 여름에도 시원하다.
▲  퇴계 이황의 매화사랑은 유멸하다. 매화사랑에 그치지 않고 손수 많은 나무들을 심었다고 한다. 서원 주변은 물론 서원 곳곳에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자라 여름에도 시원하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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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산서원 뜰에는 노거수 왕버들나무가 많다. 식목왕 정조의 지시로 심어진 것들로 알고 있다.
▲  도산서원 뜰에는 노거수 왕버들나무가 많다. 식목왕 정조의 지시로 심어진 것들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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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산서원 다른 부분이다. 앞의 굵은 나무는 살아생전 많은 나무을 심은 식목왕 정조의 지시로 심어진 왕버들나무. 나무 뒤로 보이는 풍경이 시사단과 도산서원 사이에 흐르는 강이다.
▲  도산서원 다른 부분이다. 앞의 굵은 나무는 살아생전 많은 나무을 심은 식목왕 정조의 지시로 심어진 왕버들나무. 나무 뒤로 보이는 풍경이 시사단과 도산서원 사이에 흐르는 강이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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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의 누와 정>, <한국의 정원-선비가 거닐던 세계>, <고궁산책>, <전통문양>, <뜻으로 풀어본 우리 옛 그림>, <사찰 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 <사찰 100美 100選> 등 우리 옛 문화와 역사 및 문화 유산 관련 책들을 써온 저자의 책이다. 우리 문화유산들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길잡이해주기 때문에 특정 마니아들이 있는 저자로 알고 있다. 

2007년, 모 기업과 학생들을 위한 자료 구축을 하며 서원에 빠진 적이 있다. 향교와 서원 그 차이조차 모른 때였다. 사진과 사전적 설명으로 만나는 서원인데도 흥미로웠다. 그동안 유교유산 정도로만 알고 별다른 관심을 품어보지 못했음이 아쉬웠다. 좀 더 알고 싶었으나 마땅한 책이 없었다.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참 반갑고 고마운 책이다. 

비록 좌절됐으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치를 느낄 정도로 서원은 매력 있다. 유학자들은 자연도 학문의 한 방편으로 여겨 나무 한그루 심는 것에도 정성과 의미를 부여했다고 한다. 그래서 서원은 경관이 좋은 곳에 위치한다. 서원들의 오랜 역사만큼 오래된 나무들도 많다. 힐링여행지로도 충분한 것이다. 서원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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