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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이명현의 별별 천문학](13) ‘우리은하’의 온전한 재구성…‘마지막 퍼즐’ 찾기 시작됐다
글쓴이 : 시냇물 날짜 : 2018-01-10 (수) 21:26 조회 : 3941

전문가의 세계 - 이명현의 별별 천문학](13) ‘우리은하’의 온전한 재구성…‘마지막 퍼즐’ 찾기 시작됐다

이명현 과학저술가·천문학자

ㆍ‘우리은하’의 모습

인류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는 광대한 우주의 한 부분인 태양계에 속한다. 이 태양계는 관측 가능한 우주 속에 존재하는 약 1조개의 은하 가운데 하나인 ‘우리은하’에 포함돼 있다. 우리는 이 우리은하 속에 살아가고 있기에 정작 우리은하의 전체 모습을 알 수 없다. 다행히 최근 우주망원경 ‘가이아’의 관측자료 등이 확보돼 우리은하의 온전한 모습을 파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유럽우주국(ESA)이 2013년 발사한 초정밀 우주망원경 가이아의 우리은하 관측 장면 개념도. ESA | ATG medialab

우리는 지구에 살고 있다. 지구는 태양이라는 별 주위를 주기적으로 도는 행성이다. 지구뿐 아니라 모두 여덟 개의 행성이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 행성 외에도 왜소행성, 소행성, 혜성 같은 천체들이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을 태양계라고 한다. 이런 천체 시스템 수천억개가 모여 더 큰 집단을 이루고 있는데 ‘우리은하’라고 부른다.

우리은하는 관측 가능한 우주 속에 존재하는 약 1조개의 은하 중 하나다. 우리은하는 막대나선은하다. 원반처럼 납작하게 생겼고 중심부는 막대 모양이고 여러 개의 나선팔이 있다. 우리은하의 지름은 약 10만에서 18만광년 정도가 된다. 태양계는 우리은하의 중심으로부터 약 2만6000광년 떨어져 있다. 1000억개에서 4000억개 정도의 별로 이뤄져 있고, 이들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은 1000억개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은하에는 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먼지와 가스로 이뤄진 성간물질이 있다. 성간물질은 주로 나선팔을 따라서 존재한다. 이곳에서 별들이 탄생하고 죽는다. 납작한 원반 아래 위쪽으로는 할로우라는 영역이 존재한다. 이곳에도 별들이 존재하지만 원반에 존재하는 별들에 비해 그 수가 아주 적다. 수십만개에서 수백만개의 별들이 모인 집단인 구상성단도 주로 이곳에 존재한다. 암흑물질은 이들 천체와는 달리 빛을 내지 않지만 우리은하 질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존재다. 주로 우리은하 외곽에 존재한다. 

오늘날 우리는 우리은하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직접 우리은하 전체의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가 우리은하 안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를 멀리 벗어나야 지구의 둥그런 모습을 볼 수 있듯이 우리은하 전체의 모습을 관측하려면 우리은하로부터 멀리 떨어져 관측을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은하의 크기가 10만광년 단위에 달하니 빛의 속도로 달려도 우리은하를 벗어나려면 10만년 단위의 시간이 필요하다. 전체 모습을 직접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한편 우리은하 밖에 존재하는 외부은하의 모습을 온전하게 관측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역설적으로 이들 은하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막대나선은하인 UGC 12158의 모습이 우리은하의 실제 모습과 가장 비슷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은하 안에서 우리은하의 전체 모습을 유추한다는 것은 숲속에서 숲 전체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천문학자들은 조각조각 모은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은하 전체의 모습을 구성해내는 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우리은하의 입체적인 모습을 알려면 그 구성원들 각각의 위치와 움직임과 그들까지의 거리를 알면 된다. 위치와 거리를 알면 입체적인 모습을 재구성할 수 있다. 속도까지 알면 역학적인 움직임까지 포함하는 은하의 모습을 알 수 있다. 우리은하의 모습을 추정하기 위해 천문학자들이 제일 먼저 사용한 방법은 별의 개수를 세는 일이었다. 

천왕성을 발견했던 천문학자 윌리엄 허셜이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이 별 세기 작업을 수행했다. 600군데가 넘는 밤하늘의 영역을 망원경으로 관측하면서 별의 위치와 밝기를 기록했다. 허셜은 별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모든 별들의 진짜 밝기는 같다는 가정을 했다. 따라서 별은 멀면 멀수록 어두워 보일 것이다. 어두운 정도가 별까지의 거리가 되는 셈이다. 물론 이 가정은 틀렸다. 하지만 당시 허셜이 할 수 있는 최선이기도 했다. 허셜의 관측 결과는 놀라웠다. 우리은하는 (당시로서는 우주 전체) 둥그런 공 모양이 아니라 원반에 가까운 모양이라는 것이 허셜이 관측한 결과였다. 태양은 우리은하의 중심부 근처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785년의 일이다. 우리은하의 모습에 대한 첫 관측 결과였다. 

1922년에 네덜란드의 천문학자인 야코뷔스 캅테인은 별들을 사진으로 찍은 건판으로부터 이전보다 훨씬 더 정확한 별들의 겉보기 밝기와 별들의 운동속도를 측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은하의 모습을 보여줄 지도를 그렸다. 결과는 허셜이 그렸던 모습과 비슷했다. 태양은 우리은하의 중심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우리은하가 납작한 원반 모양이라는 것이 다시 확인되었다. 우리은하가 원반 모양이라는 것이 널리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허셜과 캅테인 모두 우리은하의 전체적인 모습을 찾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태양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 주된 원인은 우리은하 내에 존재하는 가스나 먼지 같은 성간물질이 별빛을 흡수하는 효과를 적절하게 보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태양계에서 바라볼 때 우리은하의 중심 방향에는 별도 많이 밀집해 있고 성간물질도 많이 존재한다. 따라서 성간물질에 의한 별빛의 흡수가 강하게 일어나서 별들이 원래 밝기보다 많이 어두워져서 보이게 된다. 태양계에서 우리은하 중심 반대 방향을 관측할 때는 별도 성간물질도 상대적으로 덜 밀집되었기 때문에 성간물질에 의한 흡수 현상도 상대적으로 덜할 것이다. 이런 불균형을 바로잡지 않으면 왜곡된 결과를 낳을 것이다. 태양계에서 바라볼 때 우리은하의 중심 방향과 그 반대 방향 별의 개수가 비슷하다는 것이 허셜과 캅테인의 관측 결과였다. 그런데 중심 방향의 별들이 원래보다 더 어둡게 보여서 더 멀리 있는 것 같았다면 이 차이를 적절하게 보정해야 할 것이다. 천문학자들이 성간물질에 의한 흡수효과를 적절하게 보정하기 시작하면서 태양계의 위치가 우리은하의 외곽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은하의 모습도 제대로 된 모양새를 갖춰가기 시작했다. 

우리은하가 납작한 원반 모양이고 태양계의 위치가 우리은하 중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나선팔의 존재를 알기까지는 또 다른 시간이 필요했다. 1950년대가 들어서면서 전파망원경을 사용한 성간물질 관측이 활발해졌다. 성간물질의 대부분이 나선팔을 따라서 존재하는데 네덜란드의 천문학자 휘고 반 부르던과 그의 동료들이 나선팔의 존재를 성간물질의 전파관측을 통해 처음으로 알아냈다. 이어지는 관측으로 우리은하가 나선은하라는 사실이 분명해지기 시작했다. 우리은하 중심부의 모습이 막대 모양일 것이라는 보고가 있었지만 1996년 무렵에야 우리은하의 중심부에 막대가 존재하고 그로부터 나선팔이 감겨져 나오는 현재의 우리은하 모습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막대의 양쪽 끝에서 두 개의 커다란 나선팔이 감겨져 나오고 있는 모양새다. 여기에 역시 막대 양쪽 끝에서 감기는 정도가 다른 조금 작은 나선팔이 감겨져 나오는 모습을 상상하면 얼추 우리은하의 모습이 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외부은하인 UGC 12158이 우리은하의 모습과 가장 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양계는 나선팔과 나선팔 사이에 위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최근에는 나선팔과 나선팔 사이에도 생각보다 더 많은 성간물질과 별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태양계도 단순하게 나선팔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선팔의 작은 가지에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우리은하의 입체적인 모습을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별을 비롯한 구성원들의 위치와 운동 상태를 관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 천체까지의 거리를 아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천체까지의 거리를 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직접적이고 직관적인 방법은 시차를 이용하는 것이다. 어떤 물체를 일정한 거리에 놓고 서로 다른 두 위치에서 그 물체를 바라본다고 하자. 관측하는 서로 다른 두 위치에서 물체를 향해 선을 그으면 두 선은 그 물체에서 만날 것이다. 두 선이 만나면서 생기는 각도를 시차라고 한다. 물체가 가까이 있을 때보다 멀리 있을 때 이 시차는 작아질 것이다.

가이아의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그려본 천체지도.

천문학자들은 이 원리를 별이나 성간물질까지의 거리를 구할 때 사용한다. 시차가 크면 거리가 가깝고 시차가 작으면 거리가 그만큼 먼 것이다. 시차를 사용한 별의 개수가 늘면서 우리은하의 입체적인 모습의 정밀도도 높아져왔다. 2016년 9월14일 유럽우주국에서 발사한 가이아 우주망원경의 첫 관측 결과가 발표되었다. 11억4200만개의 별들에 대한 정확한 거리를 담고 있는 별 목록을 발표한 것이다. 가이아 우주망원경을 통해 우리는 우리은하 내 별들의 위치를 더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은하의 3D 입체 모습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이아 우주망원경의 이번 결과는 2015년 9월까지의 첫 14개월 동안 관측결과만을 담은 것이다. 2022년에 더 많고 정밀한 별들의 완전한 자료를 담은 관측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은하의 모습을 훨씬 더 생생하게 재구성하는 길에 다가가고 있다. 

우리은하를 옆에서 본 이미지와 위에서 파악한 모습.

우리은하의 모습을 재구성하는 데 걸림돌 가운데 하나는 우리은하 중심부를 넘어선 반대편에 있는 별들이나 성간물질을 관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은하 중심부에 워낙 많은 별들과 성간물질이 밀집해 있어서 그 너머의 천체를 관측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한쪽에서 관측한 결과를 바탕으로 그 너머 우리은하의 모습을 외삽해서 재구성하곤 했었다. 그만큼 불완전한 우리은하의 모습만 알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최근에 좋은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알베르토 사나를 비롯한 천문학자들이 미국의 초장기선 전파망원경배열인 VLBA(Very Long Baseline Array)를 사용해서 우리은하 중심 너머에 위치하고 있는 별의 탄생이 활발한 지역에 위치한 천체까지의 거리를 측정한 것이다. 태양으로부터 9kpc(킬로파섹) 떨어진 천체였다. 과학저널 사이언스지 지난 13일자에 논문이 실렸다. 한때 금지구역이라는 별칭을 가졌던 우리은하 중심 너머 지역 천체까지의 거리를 직접 구한 관측 결과다. 이 관측을 통해 우리은하 중심 너머 지역 천체들까지의 거리를 전파망원경을 사용해서 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우리은하의 모습을 온전하게 재구성하는 데 필요한 마지막 퍼즐 조각 중 하나를 찾은 느낌이다. 더 많은 관측이 이루어질수록 더 또렷한 모습의 우리은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가이아의 완전한 목록과 더 많은 VLBA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구성된 우리은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필자 이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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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부터 천문 잡지 애독자였고, 고등학교 때 유리알을 갈아서 직접 망원경을 만들었다. 연세대 천문기상학과를 나와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네덜란드 캅테인 천문학연구소 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 연세대 천문대 책임연구원 등을 지냈다. 외계 지성체를 탐색하는 세티(SETI)연구소 한국 책임자이기도 하다. <이명현의 별헤는 밤> <스페이스> <빅 히스토리 1>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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