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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이명현의 별별 천문학](15) 지구에선 그믐 때 해와 달 ‘숨바꼭질’…천왕성에선 ‘일생에 한 번’
글쓴이 : 시냇물 날짜 : 2018-01-10 (수) 21:15 조회 : 3167

전문가의 세계 - 이명현의 별별 천문학](15) 지구에선 그믐 때 해와 달 ‘숨바꼭질’…천왕성에선 ‘일생에 한 번’

이명현 과학저술가·천문학자

ㆍ태양계 내 일식

미국 애리조나주 플래그스태프에 있는 로웰천문대가 2017년 8월21일(현지시간) 달이 태양을 가리는 개기일식 과정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았다. 미국 전역에서 개기일식이 관측된 것은 1918년 이후 99년 만이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수성과 금성에는 없고, 지구·화성·토성·목성·해왕성·천왕성에는 있는 것은? 수성·금성·화성에는 없고, 지구·토성·목성·천왕성·해왕성에는 있는 것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수성과 금성에는 달(위성)이 없고, 나머지 행성들에는 달이 있다고 답할 수도 있다. 내가 이 글에서 원하는 답은 ‘수성과 금성에는 일식이 없고, 나머지 행성에서는 일식이 일어난다’였다. 

그럼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수성·금성·화성에는 개기일식이 없고 나머지 행성에서는 개기일식이 있다’였다. 일식은 달이 해를 가리는 현상이다. 태양계 내에는 여덟 개의 행성이 있고, 이 행성들은 위성들을 거느리고 있다. 달이 있는 행성에서 일식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는 지구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일식이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에서도 일어나는 자연현상이라는 사실을 자주 잊고 산다. 일식은 태양과 행성과 위성이 펼치는 일종의 게임과 같다. 어느 행성에 있다고 생각해 보자. 지구라도 좋고 태양계의 어느 다른 행성이라도 좋다. 그 행성 주위를 돌고 있는 위성이 어느 순간 태양과 행성 사이에 위치하는 때가 생길 것이다. 태양과 위성과 행성이 정확하게 일직선상에 놓이게 되면 일식이 발생한다. 이 상황을 행성 밖에서 보면 행성 표면의 특정한 위치에 그림자가 생긴다. 행성이 자전을 하고 위성은 행성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이 그림자는 행성 표면에서 시간에 따라 위치가 변한다. 마치 그림자가 행성 표면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행성 표면으로 내려가 보자. 그림자가 지나가는 지역에 있다면 일식을 목격할 수 있다. 태양의 겉보기 크기보다 위성의 겉보기 크기가 크거나 같으면 개기일식이 일어난다. 위성이 태양을 완전히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위성의 겉보기 크기가 태양의 겉보기 크기보다 크지 않으면 결코 개기일식이 일어날 수 없다.

수성에는 달이 없으니 당연히 일식도 없다. 물론 개기일식도 없다. 금성도 마찬가지다. 달이 없으니 일식이 있을 수가 없다. 개기일식도 없다. 그런데 금성에서는 일식과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태양과 수성과 금성이 나란히 일직선상에 놓이게 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금성 표면에서 보면 수성이 태양의 앞에 놓이게 되는 상황이다. 수성이 태양을 가리게 되는 경우라는 말이다. 이런 현상을 행성식이라고 한다. 일식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금성에서 보면 수성은 다른 행성들처럼 그저 한 점에 지나지 않는다. 태양 앞에 놓이게 되더라도 작은 까만 원이 태양을 지나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행성식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수성의 ‘태양면 통과’ 정도로 부르면 될 것 같다. 지구는 위성을 하나 갖고 있다. 달이다. 태양과 달과 지구가 일직선상에 나란히 놓이게 되면 일식이 일어난다. 이런 위치일 때 지구 표면에서는 달이 보이지 않는 그믐 때가 된다. 일식은 항상 그믐 때 일어난다. 달은 지구를 공전하는데, 정확한 원궤도가 아닌 약간 찌그러진 타원궤도를 따른다. 달이 지구에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한다는 뜻이다. 가까워지면 달의 겉보기 크기가 커지고 멀어지면 작아진다. 태양의 겉보기 크기는 거의 변화가 없다. 달의 겉보기 크기가 태양의 겉보기 크기보다 크거나 같을 때 개기일식이 일어난다. 달의 겉보기 크기가 태양의 겉보기 크기보다 작으면 개기일식이 아닌 금환일식이 일어난다. 달이 태양을 미처 다 가리지 못해서 마치 고리 같은 모습의 일식이 일어난다. 지구 표면에서는 대략 18개월에 두 번 정도 개기일식을 볼 수 있다. 물론 그림자가 지나가는 특정한 지역에서만 관측이 가능하다. 개기일식의 지속시간은 여러 변수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보통 수분 정도 지속된다. 

화성의 위성인 포보스가 연출한 금환일식 장면. NASA의 화성 탐사선 큐리오시티가 2013년 8월20일 촬영했다. NASA 웹사이트 캡처

화성은 두 개의 위성을 갖고 있다. 당연히 일식을 볼 수 있다. 화성의 위성인 포보스와 데이모스의 크기는 지구의 달에 비해 아주 작다. 더구나 화성으로부터도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이들의 겉보기 크기는 아주 작다. 태양과 화성 사이에 포보스와 데이모스가 각각 일직선상에 나란히 놓이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면 일식이 일어난다. 하지만 이들의 겉보기 크기가 작아서 태양을 완전히 가리지 못한다. 화성에는 개기일식이 없다는 말이다. 금환일식은 가능하다. 실제로 2013년 8월20일 화성 표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탐사선 큐리오시티호가 포보스가 일으킨 금환일식을 관측해서 영상을 지구로 전송해온 적이 있다. 이전에 활동했던 오퍼튜니티호도 2004년 3월에 포보스가 일으킨 금환일식 장면을 찍어서 지구로 보내온 바 있다. 태양의 겉보기 크기도 지구에서 보는 것보다 작고 포보스도 빠른 속도로 공전하고 있기 때문에 화성에서의 금환일식은 그 지속시간이 30초를 넘기지 못한다. 또 다른 위성인 데이모스도 금환일식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그 크기가 너무 작고 화성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서 금환일식이라기보다는 태양면 통과라고 불러야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목성은 현재 공식적으로 69개의 위성을 갖고 있다. 아직 공인되지 않은 더 많은 위성 후보들이 있다. 일식은 태양과 행성 사이에 위성이 나란히 위치했을 때 생기는 현상이니 목성에서는 일식이 드문 현상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위성에 의해서 일식이 자주 발생한다. 그런데 69개의 위성들 중 유로파, 이오, 가니메데, 칼리스토 그리고 아말테아 이렇게 5개의 위성들만 겉보기 크기가 태양보다 커서 개기일식을 만들 수 있다. 나머지는 크기가 작고 목성으로부터 떨어진 거리가 멀어서 겉보기 크기가 태양보다 작기 때문에 개기일식을 일으키지 못한다. 겉보기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이들 위성이 일으키는 일식은 금환일식이라고 부르기보다는 태양면 통과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목성 표면에서 바라본 칼리스토의 겉보기 크기는 태양의 겉보기 크기보다 50% 정도 더 크다. 이오는 태양보다 여섯 배 정도 크게 보인다. 그야말로 태양을 완전히 가려서 목성 표면에 뚜렷한 그림자를 만든다. 지구에서는 달과 태양의 겉보기 크기가 거의 비슷해서 본그림자와 그 주변의 반그림자가 넓게 형성되는데, 목성에서는 본그림자가 또렷하게 형성된다. 목성에서는 동시에 여러 곳에서 일식이 발생할 수 있다. 10년에 한두 번 정도 세 개의 위성이 동시에 개기일식을 일으킨다. 실제로 허블우주망원경이 이오·칼리스토·가니메데가 만들어낸 개기일식 장면을 포착해서 촬영하기도 했다. 목성 표면 세 지점에서 동시에 개기일식이 일어나고 있는 장면이었다.

토성은 62개의 공인된 위성을 갖고 있다. 이들 중 겉보기 크기가 태양보다 커서 개기일식을 일으킬 수 있는 위성은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을 비롯해서 일곱 개에 불과하다. 다른 위성들은 크기가 너무 작거나 토성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서 겉보기 크기가 태양의 겉보기 크기보다 작기 때문이다. 토성에서 본 태양의 겉보기 크기는 대략 3분(각지름) 정도 된다. 참고로 지구에서 본 태양의 겉보기 크기는 대략 50분 정도 된다. 개기일식을 일으킬 수 있는 토성의 일곱 개 위성들은 태양보다 겉보기 크기가 몇 배씩 크다. 목성 표면에 생기는 그림자처럼 개기일식 때 토성 표면에도 본그림자가 또렷하게 맺힌다. 토성은 목성과 달리 자전축이 26.7도 정도 기울어 있기 때문에 위성이 많지만 개기일식이 흔하게 일어나지는 않는다. 대략 15년에 한 번 정도 개기일식이 일어난다. 허블우주망원경이 토성에서 개기일식이 일어나 토성 표면에 그림자가 맺힌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토성에서는 또 다른 종류의 일식을 경험할 수 있다. 일식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토성의 고리 때문에 토성 표면에 그림자가 생긴다. 고리는 아주 다양한 양상으로 토성 표면에 그림자를 만들어 놓을 것이다. 목성에도 고리가 있지만 토성의 고리보다는 훨씬 얇아서 별다른 현상을 일으키지는 못할 것이다. 

천왕성의 위성인 아리엘이 태양과 천왕성 사이에 위치해 연출한 드문 일식 장면. 허블우주망원경이 2006년 7월26일 포착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웹사이트 캡처 

천왕성은 현재 27개의 공인된 위성을 갖고 있다. 이들 중 12개 위성의 겉보기 크기가 태양의 겉보기 크기보다 크다. 개기일식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천왕성에서 본 태양의 겉보기 크기는 2분 정도 된다. 지구에서의 태양의 겉보기 크기인 50분과 비교해 보면 감이 잡힐 것이다. 개기일식을 일으킬 수 있는 위성이 12개나 있지만 천왕성에서는 개기일식이 아주 드문 현상이다. 천왕성의 자전축이 많이 기울어져 있고 대부분의 위성이 천왕성의 공전궤도와 다르게 천왕성을 돌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과 천왕성 사이에 위성들이 놓일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대략 42년에 한 번 정도 개기일식이 일어난다. 허블우주망원경은 2006년 7월26일에 천왕성의 이 드문 개기일식 장면을 촬영한 바 있다.

해왕성은 14개의 공인된 위성을 갖고 있다. 이들 중 트리톤과 안쪽 궤도를 돌고 있는 7개 위성들의 겉보기 크기가 태양의 겉보기 크기보다 커서 개기일식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해왕성의 공전궤도가 많이 찌그러져 있고 자전축도 상당히 기울어져 있어서 개기일식이 흔한 현상은 아니다. 특히 제일 큰 위성인 트리톤의 궤도가 해왕성의 적도면과 25도 정도 틀어져 있어서 태양과 해왕성 사이에 트리톤이 놓이는 경우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해왕성에서의 일식은 드문 현상이다. 해왕성에서 태양은 다른 별들과 다를 바 없이 거의 점처럼 보인다. 따라서 개기일식이 일어나더라도 지속시간은 몇 초에 불과하다. 

2009년 7월22일 서울 시민들이 강남구 코엑스 광장에서 망원경과 셀로판지 등을 이용해 부분일식을 지켜보고 있다. 김정근 기자

일식은 지구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화성에서는 찌그러진 포보스가 만들어내는 금환일식을 볼 수 있다. 목성에서는 3개의 위성이 동시에 만들어내는 개기일식을 만날 수 있다. 만약 목성 표면으로 일식 여행을 간다면 어느 곳으로 가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질 것이다. 토성에서는 개기일식도 멋지겠지만 고리가 만들어내는 시시각각 변하는 그림자가 연출할 풍경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천왕성에서 개기일식을 본다는 것은 일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아주 큰 사건이 될 것이다. 해왕성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트리톤에서 해왕성 표면에 맺힌 그림자를 바라보는 것도 이색적인 여행이 될 것이다. 지구에서 일어나는 개기일식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태양과 달의 겉보기 크기가 비슷하기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달이 태양을 가리는 장면은 장관이다. 검은 태양을 수분 동안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태양계 내 일식 여행에서도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몇 장의 사진과 상상력을 동원해서 태양계 내 일식에 대해서 이야기해 봤지만 미래의 어느 날 실제로 태양계 일식 여행을 가는 날이 오리라 기대해 본다. 

▶필자 이명현 

초등학생 때부터 천문 잡지 애독자였고, 고등학교 때 유리알을 갈아서 직접 망원경을 만들었다. 연세대 천문기상학과를 나와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네덜란드 캅테인 천문학연구소 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 연세대 천문대 책임연구원 등을 지냈다. 외계 지성체를 탐색하는 세티(SETI)연구소 한국 책임자이기도 하다. <이명현의 별헤는 밤> <스페이스> <빅 히스토리 1>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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