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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경제와 세상]‘지속가능 에너지 시대’를 물려주자
글쓴이 : 시냇물 날짜 : 2017-10-12 (목) 16:03 조회 : 2565

[경제와 세상]‘지속가능 에너지 시대’를 물려주자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지난 9월16일 나는 478명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시민참여단 앞에 섰다. 성, 연령, 지역을 감안해 전국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500명 중 실제로 현장에 출석한 분들이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96%의 출석률이었다. 20여년간 강단에 섰지만 20대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이처럼 다양한 구성을 지닌 청중을 대하기는 처음이 아닌가 싶다. 흰 수염 덥수룩한 어르신과 생기 넘치는 20대 청년을 한자리에서 보는 순간, 마음이 울컥했다. 이들의 눈빛을 대하면서 국민 관심을 집중시킨 에너지 문제에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려는 깨인 시민이 적지 않고, 공론화 과정이 국민 분열이 아닌 통합의 길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재인 정부가 선언한 ‘탈원전’은 엄밀한 의미에서 탈원전이 아니다. 통상 탈원전이라 하면 현재 운전 중인 수명이 다하지 않은 원전을 조기에 가동 중단하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가동 중인 24기 원전의 설계수명이 다할 때까지 가동할 계획이다. 원전 분야 종사자가 할 일은 앞으로도 충분하다. 전 세계적으로 60년에 걸쳐 탈원전을 하겠다는 나라는 없다. 

많은 분들이 건설공정률 10.7%인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은 너무 급격한 탈원전 정책이라고 우려하는 것 같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경주에 위치한 신월성 2호기가 재작년 운전을 시작했고, 신고리 3호기는 작년부터 전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뿐 아니다. 올해부터 앞으로 2년에 걸쳐 신고리 4호기, 신한울 1·2호기 등 신고리 5·6호기와 같은 규모의 초대형 원전 3기가 줄줄이 완공될 예정이다. 5년간 1년에 평균 원전 1기씩 가동을 시작하는 형국이다. 지난 40년간 17개국에서 총 94기의 원전이 건설 과정에서 경제성, 안전성, 비용조달 문제로 취소됐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원전 건설의 천국인 셈이다. 

경제학자로서 안정적 전력수급은 에너지 안보에 있어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전력공급이 끊기는 대정전 사태는 상상할 수 없다. 팩트는 신고리 5·6호기가 추가되지 않아도 대한민국호가 순항하는 데 전력 공급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2년간 최대 전력수요와 현시점의 발전시설용량을 비교해 보면 원전 20기의 여유가 존재한다. 전력공급 여력이 충분하다는 말이다. 여기에 곧 완공될 원전 3기와 재생에너지 투자, 나아가 적절한 에너지 수요관리 정책이 가미된다면 향후 10~20년간 전력부족 리스크는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최근 경제전문가들이 수행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전력수요 전망에서 이러한 예측이 확인되었다. 2년 전 제7차 전망에 비해 2030년 전력수요가 원전 8기에 해당할 정도로 급락했다. 경제성장률, 인구, 경제주체의 전력소비 행태 등을 고루 감안해 내놓은 결과인 만큼 신뢰할 만하다. 

원전업계에 한마디 하고 싶다. 진정 한국 경제를 위하는 마음이라면 원전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시각에서 탈피해 다양한 에너지원의 균형 발전과 미래를 위한 대장정에 함께해주기 바란다. 전 세계 수많은 정부와 민간이 왜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지 살펴봤으면 한다. 재생에너지 분야의 기술혁신 속도와 경제 파급력, 일자리 창출 여력이 압도적임을 확인하기 바란다. 대한민국 원전산업은 지난 40년간 정부의 집중 지원과 더불어 독점적 지위를 누렸다. 그사이 원전기술이 크게 발전하였고 전력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문가와 산업계의 공이 적지 않다. 하지만 독점은 부작용을 낳는다. 부패와 안전 소홀, 혁신 부재가 그것이다. 게다가 원전이라는 발전방식이 갖는 함정이 있다. 사용 후 핵연료를 위한 고준위핵폐기물처리장이 불가피하게 필요하다. 건설비용이 64조여원으로 추정되는데, 제한된 부지와 지역갈등 가능성을 고려하면 이 비용은 아마 계속 증가할 것이다. 현재 적립한 현금은 3조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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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베이비붐세대의 끝자락에 태어났다. 우리 부모세대는 자식에게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일념으로 살아오셨다. 내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아버지는 신혼 후 한동안 공장에서 기계와 씨름하느라 집에 들어온 날이 얼마 없으셨다고 한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20세기 중반 세계 최빈국에서 소득 3만달러를 바라보는 나라로 성장했다. 신고리공론화 시민참여단에 모인 어르신과 이 나라의 산업화세대가 신고리 5·6호기 중단을 세대 간 이해와 통합의 신호탄으로 삼아주기 바란다. 자식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않았듯, 손자 같은 10대, 20대 청년들에게 우리가 사용하고 버린 고준위핵폐기물을 함부로 넘겨줘서는 안된다는 책임의식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하는 첫걸음이 되리라 믿는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0111446011&code=990100#csidxbaa892e956ba2d9bf4c58838c41345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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