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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길이 물처럼 흐르고 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제3회 매일시니어문학상 시 부문 최우수상
글쓴이 : 시냇물 날짜 : 2017-10-10 (화) 08:51 조회 : 2177
길이 물처럼 흐르고 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제3회 매일시니어문학상 시 부문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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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0 00:05:01크게보기작게보기프린트이메일 보내기목록
 
삽화 이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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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벚꽃 스무 다섯 번 피고 지는 걸 보고 돌아온 고향 대구 동인동 중구청 네거리 가축병원과 동인목욕탕은 흔적 없고 중구청이 높이 솟아 있었다. 참가죽나무와 석류나무 감나무 있던 고향 집은 중구청 주차장이 되었다.

네거리 동쪽은 신천으로 서쪽은 중앙통으로 이어지고 남쪽은 김광석 거리가 있는 방천시장 북은 경부선 철로가 있는 굴다리를 지나 신천을 만난다. 동서남북 도로마다 나뭇가지를 벋듯 골목으로 이어졌고 골목마다 아이들의 소리가 넘쳤다. 중구청 남서쪽 낮은 2층이었던 대학병원이 10층 건물로 하늘을 찌른다. 병원 도로 건너편 의과대학 넓은 운동장은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 골목마다 쏟아져 나와 갈가마귀 떼처럼 몰려다니며 도둑잡기를 하다가 지치면 대학 건물 쪽으로 우르르 갔다. 정문 옆 음침한 붉은 벽돌 건물 포르말린 속에 해부용 시신들이 누워 있어 귀신이 나온다며 건물 쇠창살에 매달려 안을 들여다보려고 기를 썼다. 아무도 시신을 본 아이는 없었다. 아직도 붉은 벽돌 건물 그대로 있다.

긴 골목 모퉁이 정원이 넓은 일본식 기와집에 얼굴이 새하얀 소녀 유리꼬가 살았다. 그의 아버지는 말이 없었고 단정한 제복에 각반을 두르고 땅에 닿을 듯 긴 칼을 차고 다녔다. 어머니는 기모노를 입고 나막신 소리 딸각딸각 내며 가끔 무명 치마저고리 입은 우리 어머니와 떡전 골목에서 떡을 자주 사 왔다. 해방이 되자 유리꼬 어머니는 집 잘 지켜달라며 울며 떠났다. 황망하게 떠난 넓은 유리꼬의 빈집 벽장을 열자 차고 다니던 칼이 길게 누워 있었다. 아버지가 빼어보니 파르스름한 빛이 나며 날이 번득였다. 유리꼬네가 떠나고 날이 가고 달이 갔지만 아직도 소식은 모른다.

무운장구(武運長久) 황국신민(皇國臣民) 필승이라 쓴 깃발 아래 박곡정운(朴谷正雄)이란 어깨띠 두르고 일본 학도병으로 끌려가던 삼촌 풀이 죽어 걸어갔다. 삼촌 뒤를 멋도 모르는 동네 아이들이 되레 신이 나 우쭐거리며 따라갔다.

밤이 되면 할머니는 정화수를 떠 놓고 달을 보고 빌었다. 장독대 위에 하얀 사기대접 정화수에 둥근 달이 빠져 밤바람에 일렁거렸다. 며칠 후 해방이 되고 삼촌은 전선에 나가지 않고 돌아왔다. 할머니는 천지신명이 도왔다고 삼촌 손을 잡고 울었다.

밤마다 똥이 마렵다고 어머니를 깨웠다. 달걀귀신이 나올 것 같은 캄캄한 밤 똥을 누면서도 엄마를 불렀다. 엄마는 잠이 잔뜩 묻은 목소리로 ‘어여 똥이나 나라’며 기척을 보냈다. 이튿날 할머니는 닭장 앞에 세워 닭을 보고 “닭이 밤에 똥을 누지 사람이 똥을 누나” 하면서 세 번 절을 하라고 했다. 그 무렵 닭을 키우는 집이 많았고 우리 집에는 40여 평 마당에 닭장을 만들고 서른 마리 정도 하얀 레그호온을 키웠다. 하루 여남은 개 하얀 알을 낳았다. 봄날 달걀을 주우러 간 어머니의 비명이 조용한 아침 공기를 찢었다. 아이고! 족제비가 닭을 다섯 마리나 물어 죽였다며 목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죽은 닭 한 마리를 들고 있었다.

동인초등학교 가는 신작로에 정육점이 있었다. 일홍이 아버지는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칼을 들고 있었다. 붉은 전등을 켜 놓아 정육점의 쇠갈고리에 걸린 소 뒷다리와 앞다리가 유난히 붉게 보였다. 소고기 사오라는 어머니 심부름에 일홍이네 정육점에 가면 칼을 쇠막대에 쓱쓱 갈아 고기 한 점을 삭둑 잘라 신문지에 말아 주었다. 큰 감나무 아래 감꽃이 노랗게 떨어진 날 일홍이 아버지가 일홍이 엄마를 칼로 찔러 죽였다는 소문에 동네 사람들은 모여 쑥덕거렸고 정육집은 열리지 않았다. 일홍이는 시골 할머니 집으로 갔다고 했다. 정육점은 손칼국수 집이 되어 있었다.

의과대학 옆 마차가 다닐 만큼 넓은 골목 적산 가옥 다섯 채 도청 관사가 되었다. 정원이 넓어 키 큰 오동나무와 느티나무가 키대로 자라 짙은 그늘을 만들어 주었지만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아 적막만 흐르던 골목이 갑자기 시끌벅적했다. 쌀을 달라. 인민들은 배가 고프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관사를 습격하였다. 가재도구가 마당에 나뒹굴었고 하얀 쌀과 누런 설탕이 마당에 흩어져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대야나 큰 소쿠리를 가져와 쌀을 쓸어 담아 갔고 동네 아이들은 손으로 쓸어 호주머니가 불룩하도록 쌀을 넣었고 설탕은 입이 터지도록 쑤셔 넣고 달아났다. 지금도 쌀이 없어 배고픈 사람은 많다.

말(馬)

골목은 언제나 조무래기들의 함성으로 왁자했고 골목을 밀물처럼 밀고 나가면 넓은 신작로 먼지 풀풀 나는 도로에 말꼬리 밑에는 말똥을 모으는 마대 단 마차와 목탄 자동차들이 가뭄에 콩 나듯 다녔지만 자갈이 바퀴에 밀려 신작로 길섶으로 몰렸다. 가끔 동네 사람들의 부역으로 길 복판으로 던져 고르는 일을 했다. 그 속에 아버지가 있었고 아버지는 집으로 가라며 손등을 흔들었지만 쪼그리고 앉아 말을 기다렸다.

동인초등학교 근처에 경찰 기병대에서 기마경찰 행렬이 철거덕거리며 지나갈 시간이었다. 자동차가 물결처럼 흐르는 도로에 마차가 보고 싶다.

일본 골목이라 불렸던 동네는 다다미를 들어내고 온돌을 놓았다. 날마다 집을 고치느라 시끄러웠다. 유리꼬 집을 지키던 아버지도 일본 사람은 다시 못 올 것이라며 집을 고쳤다. 골목 지나오다가 검은 고무신을 뚫고 들어온 못에 찔려 피를 철철 흘리고 집에 오던 날 어머니는 눈은 어디 두고 다녔냐며 등줄기부터 때려놓고 된장 찍어 헝겊으로 동여매 주었다. 저녁 새로 만든 온돌 아궁이에 불을 지폈고 메케한 연기가 집안 가득했지만 활활 타는 장작 불꽃 타닥타닥 소리 내며 잘 탔다. 이제 온돌에도 아궁이가 없다.

가창골에서 흘러내린 물은 대구 시내를 가로지르면서 수성교 아래로 흘러 동신교에서 한바탕 용틀임했다. 동인동 신작로 끝의 신천은 방천이라 불렀으며 물이 맑고 넉넉하게 흘렀다. 나무다리였던 동신교 난간에 고추를 드러낸 알몸들이 시퍼런 강물에 뛰어들었다. 입술이 파래지도록 강물에서 놀다가 강변 따끈한 자갈밭이나 은빛 모래에 몸을 묻고 놀았던 신천. 이제 강이 아닌 작은 개울이 되어 썩은 물 흐른다.

신천에 나오면 샛강이 흘렀다. 지금 중앙중학교를 끼고 수성들을 돌아오는 샛강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서 커다란 돌을 주워 흐르는 물 밖으로 반쯤 드러난 돌을 내리치면 버들치 빠가사리가 허연 배를 뒤집어 물에 떠올랐다. 탄성 지르며 까만 고무신에 주워 담았다. 샛강 따라 고기잡이에 정신 팔고 올라가다 보면 넓은 봇도랑이 수성들을 적시고 있었다. 돌과 물을 묻어 버린 복개도로가 되었다.

신천 맑은 냇가 드럼통 걸어 놓고 빨래 삶아 주었다. 검정치마 입고 머리에 수건 쓴 어머니는 누런 광목을 삶아 치마를 무릎까지 올려 묶고 강물에 들어가 흐르는 맑은 물에 흔들어 볕살 좋은 자갈밭에 널어놓았다. 광목은 햇살에 빛바래어 하얗게 눈을 부시게 했다. 광목이 마를 동안 어머니는 넓적한 돌에 앉아 강물에 발을 담그고 손목이 아프도록 여덟 식구 옷가지를 빨았다. 방망이질하면 신천 건너 배일산*이 쩌렁쩌렁 울었다. 물에 잠긴 엄마의 하얀 발에 피라미들이 몰려와 부지런히 입질했다. 이제 사람이 발을 담글 시냇가는 없었고 왜가리가 한쪽 발을 들고 먹이를 찾고 있었다. 어머니의 발은 이 세상에 없다.

샛강 따라 올라가면 너른 수성들 봇도랑이 나왔다. 벼가 한창 익어가며 하얀 벼꽃 수술 바람에 하늘거리는가 하다가 갑자기 하늘이 높아지고 황금 들판이 되었다. 벼메뚜기 허공을 날았다. 메뚜기 잡아 피 줄기에 머리와 등껍질 사이로 꿰어 들고 수성못까지 갔다. 수성못 둑은 비스듬히 누워 있고 호박 넝쿨 이리저리 얽혀 노란 호박꽃 초롱불 밝히듯 피어 있었다. 벌이 부지런히 꽃 속을 드나들며 노란 꽃가루를 뒤집어쓰고 나왔다. 호박꽃 속에 벌을 잡아 침을 뽑다가 쏘여 손등이 퉁퉁 부어올랐지만 메뚜기 잡기에 신바람 났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하고 이상화 시인이 노래했던 그 수성들은 지금 없다. 봄은 오고 여름은 가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갔다.

말(言語)

유월 첫 더위가 오던 때 하늘 찢는 비행기 소리 나고 놀이터였던 의과대학 운동장은 철조망이 둘러쳐졌다. 얼굴이 하얗고 눈알이 푸른 군인과 검은 피부의 병사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철조망 옆을 지나가다가 우리들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로 손짓했다. 혼비백산하여 줄행랑쳤다.

일본서 이종 사촌 4남매를 데리고 돌아온 이모, 의과대학 담장에 붙어 까대기 짓고 살면서 미군에게 ‘워시워시’ 하며 말을 걸었고 철조망 너머에서 군복이 한 보따리씩 넘어왔다. 이모는 군복을 빨아주며 미국 지폐를 받고 부자처럼 살았다. 말이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 미군은 아직도 이 땅에 남아 있고 분단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아침 자습시간 조무래기들 교실 바닥에 앉아 마루에 양초 칠하고 반장이 회초리 들고 구구단 선창하면 꿇어 앉아 따라 하며 마른걸레질로 땀 뻘뻘 흘렸다. 첫 시간 시작종 울리자 담임선생이 들어와 개교기념 학예회가 며칠 안 남았으니 동극 청개구리 연습 한번 하자며 개구리 탈을 꺼냈다. 탈을 쓰고 연습하려는데 교실 뒷문 갑자기 열리며 낯선 사내가 들어와 뱀눈으로 선생을 노려보았다. 화들짝 놀란 선생은 앞문으로 쏜살처럼 달아났다. 이 층 창가에 앉은 나는 운동장 가로질러 학교 동쪽 담 개구멍으로 빠져나간 선생을 보았다. 이튿날도 선생은 돌아오지 않았다. 글씨도 반듯하게 또박또박 잘 썼던 우리 선생님 그 이후 소식은 없었다. 한국전쟁 나던 그 해 가창 탄광에서 총살당했다는 소문만 바람처럼 흘러 다녔다. 전쟁이란 크나큰 탈이 생겨 개구리 탈은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배일산: 지금 신천 동로 경부선 철로 주변 아파트가 있는 자리로 야트막한 야산이었으며 꼭대기에 성황당이 있었다. 그 야산을 배일산이라 불렀으나 지금은 흔적도 없고 문헌상의 기록을 찾지 못했음.

<끝>

※매일시니어문학상은

전국 언론사 최초로 매일신문이 제정해 운영하는 어르신들을 위한 문학상 공모전입니다. 당선작 발표일(매년 7월 7일) 기준, 만 65세 이상이며, 미등단 및 등단 10년 이하인 분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공모 부문은 논픽션(200자 원고지 100매 이상), 시(7편 이상), 수필(5편 이상) 등 3부문이며, 작품 주제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2018년도 매일시니어문학상은 2018년 5월 초순 모집공고를 내고, 6월 초순 마감하며, 7월 7일 매일신문 창간기념호에 당선작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매일신문은 시니어문학상을 통해 선배 세대의 지난했던 삶을 기리는 한편, 문학작품을 통해 선후배 세대가 공감과 감동의 폭을 넓혀 함께 더 나은 대한민국을 건설해 나가기를 희망합니다.

서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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