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BER LOGIN

MEMBER LOGIN

총 게시물 2,935건, 최근 2 건
   
[일반] 물류센터에서 본 시급 7530원의 노동
글쓴이 : 시냇물 날짜 : 2017-08-05 (토) 20:17 조회 : 281

경기도 오산시에 위치한 한 물류센터의 모습.(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 연합뉴스

오후 4시,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김준식씨(가명·37)는 집을 나섰다. 출근을 하기 위해서다. 김씨가 버스를 타고 향하는 곳은 서울지하철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 역이다. 역으로 가는 도중 김씨는 최저임금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내년 최저임금이 1000원 이상 오른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된 이후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게 됐다는 보도가 경제신문을 중심으로 나온 이후다. 특히 김씨는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들이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면담하고 난 이후 구인난을 호소하는 대목에서 헛웃음이 나왔다고 말했다. 

“기사에 한 중소기업 임원이 그런 말을 한 게 기억이 난다. 우리 회사는 2400만원을 연봉으로 주고 중식과 석식을 다 주는데 왜 입사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저도 회사생활을 몇 년 했지만 세전으로 2400만원이면 최저임금보다 크게 많은 액수가 아니다. 회사에서 저녁밥을 준다는 의미는 석식을 먹고 야근까지 하고 집에 가라는 말로밖에 안 들린다. 그동안 기업에서 직원들이 일한 값은 제대로 쳐주면서 지금 최저임금 인상을 걱정하는 건지 황당하다.” 

김씨는 지난 6월부터 가산디지털단지역으로 출근하고 있다. 정확히는 경기도 이천시의 한 물류센터가 김씨의 새 출근지다. 매일 오후 5시, 수도권 전역에서 몰려든 일용직 노동자들은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ㄱ업체가 준비한 관광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이동에 걸리는 시간은 1시간이 조금 넘는다. 저녁식사 시간이 따로 없기에 일용직 노동자들은 이동 중에 저녁을 먹거나, 아예 오후 4시 정도에 늦은 점심식사를 한다. 

■관광버스로 1시간 걸려 작업장으로 
얼마 전까지 김씨도 전자상거래 관련 일을 하는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었다. 월급이 많지는 않았지만 아내와 딸까지 세 가족이 먹고 살 만한 돈은 됐다. 그러던 어느날 사장이 황당한 사업에 투자를 하더니 일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건강식품에 정신이 팔린 사장이 전자상거래와 접점이 거의 없는 건강식품 사업에 손을 댔다. 점점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더니 임금 체불이 반복됐다. 김씨 집안의 가정불화도 심해졌다. 김씨의 부인과 딸은 지방의 친정집으로 갔고, 회사는 완전히 문을 닫았다. 사장과 오랜 다툼 끝에 김씨가 밀린 임금을 사장으로부터 받아낸 게 올해 봄의 일이다. 김씨는 “처음엔 바로 다른 직장을 다니려 했는데, 나이가 40에 가까워지다 보니 일자리가 쉽게 나지 않더라”며 “모아둔 돈도 거의 떨어져 가고, 아내에게 딸 양육비도 보내줘야 하기에 일단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물류센터에서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한 달 정도 다니면서 다른 직장을 알아보려 했는데 새로운 직장에 정착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 말했다.

버스를 타고 김씨가 도착한 곳은 ㄱ업체의 물류센터. 김씨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구석으로 달려가 급히 담배 한 개비를 피운다. 출근 체크가 시작된 이후엔 휴식시간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창고건물 입구에서 출석 체크를 한 김씨는 2층 작업장으로 향한다. 시계가 저녁 7시를 가리키고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된다. 김씨의 일은 물려오는 물량에 찍힌 바코드를 기계로 스캔하고 포장하는 일이다. 작업이 시작되면 바로 온몸에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고 한다. 성희롱의 위험성이란 이유로 반팔이나 반바지 착용이 엄격히 제한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물류센터에서의 일을 감옥 노역장에 비유했다, 그는 “휴식시간도 없이 8시간 연속으로 일해야 하는 이곳보다 감옥 노역장이 과연 더 일하기 힘들까”라며 “먼지가 상품에 묻을 수도 있고, 일하다 도망가는 학생들이 많다는 이유로 작업이 시작되면 물건이 드나드는 작은 문 하나를 제외한 창고의 모든 문을 닫는다. 안에서 선풍기를 틀긴 하지만 문을 닫고 일하니 계속해서 더위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건에 찍힌 바코드를 스캔하고 포장하는 일 자체는 단순하지만, PDA에 작업 기록이 다 남기 때문에 쉬엄쉬엄 일할 수가 없다. 김씨는 화장실 사용도 눈치를 봐야 한다며 “사람 취급을 받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고 말했다. 어느 날 김씨는 관리자에게 “화장실을 자주 가는 사람은 이름이 블랙리스트에 올라갈 수도 있다. 변비가 있다면 미리 말해서 관리자와 같이 다녀와라”란 말을 들었다. 그는 “40~50대 아주머니들은 화장실을 편하게 가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화장실 갈 때마다 조장 눈치보여 
하루의 절반이 지나가는 밤 11시가 되면 피로감이 급격히 올라간다. 흡연자인 김씨는 이 시간만 되면 담배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김씨는 6월만 해도 새벽 1시 30분 이후엔 15분가량의 휴식시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일부 매체에서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실태를 보도한 후 상황이 악화됐다. 김씨는 “기사가 나온지도 몰랐는데 다음날 버스에서 내린 뒤 관리자가 ‘누가 우리 내부 사정 밖에다가 알렸냐. 앞으로는 일 끝난 이후에 휴식이 주어지고 중도 휴식은 없다’고 하더니 그날부터 그 10분도 못쉬게 됐다”고 말했다. 

새벽 3시가 되면 정해진 일과가 끝난다. 하지만 때로는 전날 작업량이 넘쳐 잔업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잔업을 할지 말지는 형식적으로 일용직 노동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김씨는 “물류센터가 이천 시내에서도 20분 정도 떨어진 곳인데 그 시간에 갈 곳도 없다. 다같이 새벽 5시까지 잔업하고 관광버스 타고 가산디지털단지역까지 가는 게 당연시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루를 마친 김씨는 적게는 하루 8만원, 많게는 9만3000원을 받는다. 올해 최저시급인 6470원보다는 후하게 받는 것처럼 보인다.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사이트에 가보면 ‘일은 어렵지만 돈을 많이 벌 수 있지 않나’란 문의도 많이 올라온다. 김씨는 “대학생이면 몰라도 30대 후반인 나도 분류·포장 작업만 하는데도 몸이 안 따라준다. 주 4일 나가기도 어렵고, 정말 몸상태가 좋지 않을 땐 주 3일만 나간다”며 “결국 월급으로 치면 주간에 일하는 최저임금 노동자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은 야간 일용직이 ‘돈을 많이 받는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용직이나 아르바이트 노동 전반이 저임금 구조에 묶여 있다 보니 착시현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야간에 일하는 사람들은 법적으로 정해진 정당한 추가 임금을 받는 것이지 ‘많이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최 대변인은 최저임금 노동은 청년층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고도 말했다. 그는 “생존을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일용직 일자리를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누구나 불안정 노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나이를 불문하고 알바노조 등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조건을 개선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며 “알바노조 조합원 중에서 40대 이상인 분도 10%가량 있고, 점점 숫자를 늘려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최 대변인은 내년 최저임금이 대폭 오른 것에 대한 산업계와 언론의 반발은 임금을 낮추기 위한 침소봉대라고 말했다. 그는 “무인자동화나 공장 해외 이전은 최저임금 인상과 무관하게 오래 전부터 꾸준히 이뤄져온 과정”이라며 “사업주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자기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극히 일부의 사례만 가지고 부풀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해외 사례를 보면 저임금 일자리가 줄어든 만큼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는 경우도 많다. 영세사업자와 알바 노동자 모두 제대로 된 몫을 가져갈 수 있는 제도적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iframe src="http://www.khan.co.kr/ad/adInfoInc/khan/KH_View_MCD.html" width="250" height="250" frameborder="0" scrolling="no" marginwidth="0" marginheight="0" vspace="0" hspace="0" style="background: none 0px 0px repeat scroll transparent; border-width: 0px; border-style: none; margin: 0px; outline: none 0px; padding: 0px; vertical-align: baseline;"></iframe>

김준식씨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일자리가 줄어들 거라는 말도 많은데 최저임금 일자리는 남아 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지금보다는 생활이 나아질 것이니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8051809001&code=940100#csidx65f0f7bf7a8b0feb01352c13f00aaec 


   

총 게시물 2,935건, 최근 2 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2935 [시사]  안철수와 김영삼 <기고> 정해랑 21세기민족주의포럼 대표 시냇물 08-19 83 0
2934 [좋은 글]  진리는 역설이다 <연재>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151… 시냇물 08-19 86 0
2933 [일반]  식사자리가 즐거워야한다 시냇물 08-10 442 0
2932 [정보]  최희원의 IT세상]아이폰 안면인식이 오싹한 이유 시냇물 08-10 436 0
2931 [일반]  청춘시대에 갖가지 우행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중년이 되어 아… 시냇물 08-09 270 0
2930 [일반]  물류센터에서 본 시급 7530원의 노동 시냇물 08-05 282 0
2929  베스트 드라이버 hlxpycu556… 08-05 288 0
2928 [일반]  폭염에 비닐하우스 숙식, '값 싸고 싱싱한 채소'의 비… 시냇물 08-05 282 0
2927 [시사]  집중분석-국정원 9대 적폐사건②] 채동욱 뒷조사사건 시냇물 08-04 311 0
2926 [시사]  '사드'와 미·중·일·러 군비경쟁―'방패'… 시냇물 08-03 348 0
2925 [시사]  '4대강사업' - 그 총체적 사기극을 돌아보며/ 김정… 시냇물 08-02 389 0
2924 [책]  서평| 37년 동안의 싸움 ― 5·18 기억투쟁을 위하여 최재봉 시냇물 08-02 390 0
2923 [정보]  밖을 향해 공부하지 말라 시냇물 07-27 409 0
2922 [일반]  팽덕회는 김일성의 속을 단단히 태웠다 중국이 휴전협상을 지연… 시냇물 07-27 402 0
2921 [시사]  미 CIA요원 죽기 직전, 9.11은 자작극이라고 고백 시냇물 07-25 341 0
 1  2  3  4  5  6  7  8  9  10  다음  맨끝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수집거부  |  포인트정책  |  사이트맵  |  온라인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