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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딱 월급만큼만 일하고픈 나 자신아, 성취감이 필요했구나
글쓴이 : 최고관리자  (112.♡.30.148) 날짜 : 2020-06-29 (월) 20:57 조회 : 22
[토요판] 이병남의 보내지 못한 이메일
⑥ 시키는 일만 한다는 태도

주어진 일만 하겠다는 선언은
노력해도 희망의 한계 뚜렷한
요즘 세대식 ‘공정함’은 아닐까

일 자체의 보람·의미 느껴야
구성원 내적 동기 흘러나와
개인성장 위한 피드백 중요
통보 대신 정기적 소통해야

구성원들은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에 동의하고 자신이 거기에 동참하는 것에 의미를 느끼면 받는 월급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내놓으려 한다. 최고경영자부터 신입사원까지 우리 회사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무엇을 추구하는지, 어떤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수시로 공유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구성원들은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에 동의하고 자신이 거기에 동참하는 것에 의미를 느끼면 받는 월급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내놓으려 한다. 최고경영자부터 신입사원까지 우리 회사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무엇을 추구하는지, 어떤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수시로 공유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Q. 딱 시키는 일만 하는 직원이 있습니다. 왜 일을 찾아서 하지 않느냐고 하면, 월급 받은 만큼만 일하겠다, 왜 굳이 일을 더 해야 하느냐고 합니다. 최소한으로만 일하면 자신도, 조직도 성장할 수 없는데 어찌해야 할까요?>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하지 않으면 그 어떤 조직도 지속가능할 수 없습니다. 직원이 해야 할 일을 회사가 모두 빠짐없이 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그렇게 완벽한 직무기술서를 갖출 수 있는 조직은 없습니다. 지금처럼 빠르게 변하는 기업 환경에서는 큰 틀만 정해놓고 실제 수행하는 과정과 방식은 구성원 각자가 만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제는 각 개인이 자신의 직무기술서를 만드는 시대라고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우리 때와는 전혀 다른 어려움들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50~60대 시니어들이 젊은 시절엔 모두가 가난했지만, 그랬기에 상대 비교에서 오는 고통은 크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면 내 삶이 나아질 거라는 희망도 있었습니다. 그 시절에도 경쟁이 있었지만 고통스럽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노력해도 희망의 한계가 더욱 뚜렷해진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월급 받은 만큼만 일한다, 시키는 일만 한다’고 선언하는 것은 손해 보지 않겠다는 자기방어의 표현으로 느껴집니다.<저같이 지나간 시대의 사람은 요즘 세대에게 참으로 미안해 고개를 들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취학 전부터 엄청난 사교육과 잔인하리만큼 심한 성적 경쟁에 노출돼 왔고, 취업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했을 테니까요. 그렇게 박탈감과 좌절감을 겪으면서 자기 보호 본능은 극대화되고, 내일을 기약할 수 없으니 결코 오늘 손해 보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다진 듯합니다. 건물주가 젊은이들의 꿈이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일하지 않고 돈 벌 수 있는 것이 최고라는 가치는 솔직히 저에게는 생경하지만 젊은이들에게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해봐야 안 된다는 생각에 미리 포기하는 삶, 얼마나 하루하루가 힘들까요.

그러나 이것저것 재면서 방어벽을 세우느라 건설적이고 창조적인 일에 동참하는 기회를, 무엇보다도 배움의 기회를 놓쳐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 회사 오래 다닐 것도 아닌데 뭐”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르는 생각입니다. 이직을 하더라도 평판은 남으니까요. “아 그 사람, 딱 시키는 일만, 월급만큼만 일한다는 사람!” 그 꼬리표는 평생 따라다닐지 모릅니다.

“월급 받은 만큼만 일하겠다”는 결국은 ‘공정함’에 대한 얘기가 아닐까라고도 생각해봤습니다. 받는 만큼만 주는 것이 공정하다고 보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공정함이란 것은 혼자 결정하는 게 아닙니다. 항상 상대방(회사)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월급에 상당하는 일의 질과 양을 주관적으로, 일방적으로 정해서는 안 됩니다. 회사는 직원이 창의성을 발휘해 일하기를 기대하기에 시키는 일만 하는 직원은 월급에 비해 일을 못한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겠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내가 하고 싶은 만큼만 일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보는 것이지요. 이처럼 직원과 회사 간에 공정함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고용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월급만큼만 일하겠다는 것은 월급 외에는 일할 동기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조직 구성원들이 열정을 불태우게 하는 데 회사 경영층이 실패했단 의미도 됩니다. 수많은 연구 보고서를 보면, 월급 그 자체는 위생요인이지 동기요인이 아닙니다. 즉 월급 없이는 건강한 삶을 살 수가 없기에 어느 수준 이상의 월급은 주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조직 구성원들의 내적 동기를 유발시키는 것은 ‘일’ 그 자체가 갖는 의미와 보람에 있습니다.

제가 현직에서 일할 때 다른 회사 사람들과 연봉을 비교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별로 탁월해 보이지 않는 그들이 저보다 기본급뿐 아니라 성과급, 스톡옵션을 훨씬 많이 받는 걸 보면서도 제 마음은 별로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이 회사에서 나는 상사에게 직언할 수 있고, 개인에 대한 충성을 강요받지 않았으니까요. 불법·탈법·편법을 쓰지 않고 정도를 걷는 것이 상식인 회사에서 가치 있는 일들을 소신껏 할 수 있으니, 그걸 모두 연봉에 포함하면 내가 훨씬 많이 받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만의 경험은 아닐 것입니다. 조직 구성원들은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에 동의하고 자신이 거기에 동참하는 것에 의미를 느끼면 받는 월급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내놓으려 합니다. 그렇게 최고경영자(CEO)부터 신입사원까지,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조직문화를 탄탄히 다져야 합니다. 우리 회사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무엇을 추구하는지, 그래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경쟁사들과는 어떻게 본질적으로 차별화하는지, 이런 가치들을 조직 안에서 수시로 공유하는 워크숍 세션들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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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이 다가 아닌 ‘노동의 대가’

조직의 가치와 조직문화를 형성하는 데는 회사 경영층의 의사 결정 방식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중에서도 직원들을 정확히 평가하고 그에 따라 인사하는 것이 경영층의 핵심 책무입니다. 이 과정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 능력과 성과에 대한 평가 피드백입니다. 문서 한 장으로 하는 통보는 부족합니다. 상사는 직원과 마주 앉아서 직접 눈을 쳐다보면서 평가 결과를 피드백해줘야 합니다. 누구에게 찍혔다, 잘 보였다는 등 불필요한 짐작과 소문에 휘둘리지 않도록, 개인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 상사와 부하가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이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모든 구성원들은 회사가 자기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해합니다. 만일 어떤 직원이 업무의 영역에서 기대에 못 미친다면 솔직히 이야기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도 현실을 직시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그가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최종 선택은 그의 몫입니다. 해를 거듭해도 개선이 안 된다면 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피드백 과정이 충분했다면 회사의 인사 결정에 대해서 그 개인이 등에 칼을 맞았다고 느끼지는 않을 것입니다. 왜 자기가 조직을 떠나야 하는지, 마음속으로라도 수긍을 할 것입니다.

평가와 피드백에 있어서 인상적인 경험이 있습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디렉터급인 인사가 저희 회사에 컨설턴트로 파견되어 와서 한동안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데, 제가 “당신은 언제쯤 임원이 될 것 같으냐?”고 물었을 때입니다. 그의 답은 분명했습니다. “나는 지이에서 임원이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정년 때까지 일할 수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목소리와 표정에서 아쉬움이 읽히지 않아 질문했던 제가 오히려 당황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쿨하게 답하냐?”고 다시 물었더니 그는 평소에 평가를 받고 일 년에 두 차례씩 상사와 면담해 스스로도 수긍하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속으로 ‘지이는 정말 대단한 회사구나!’ 감탄했습니다. 왜냐하면 회사가 운영하는 평가, 피드백 시스템에 대해서 조직 구성원들이 이 정도의 신뢰를 가진다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시장에서 교환의 대상인 어떤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접점에서 대체로 결정이 됩니다. 노동 역시 노동시장에서 교환의 대상이라는 성질을 갖고 있는 만큼 그 부분에 한정해서라도 수요·공급의 원리를 적용해 볼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공급자인 내가 아무리 월급을 더 받고 싶어도 노동수요자인 회사가 지급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다면 회사를 떠나는 방법 외엔 없습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노동 수요·공급에서 오가는 대가가 단지 월급만은 아니고 보람과 성취감, 소속감 등도 포함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 이병남.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조지아주립대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다 1995년 엘지(LG)그룹 임원으로 입사해 인사, 교육, 노사관계 및 지배구조 업무를 맡았다. 2008년 사장 승진하면서 인화원장으로 부임해 8년간 원장직을 수행하고 2016년 퇴임. 인간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지만 이를 풀어낼 해법 역시 인간에게서 비롯된다는 그의 경영 철학은 저서 <경영은 사람이다>(2014)에 담겼다. 인간존중이라는 경영의 본질을 잊지 않고 21년간 숨 가쁘게 현장을 누벼온 그가 일터에서 겪는 우리의 고민을 함께 나눈다. 4주에 한번 연재.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51178.html#csidx49debfc74dbd41e83b921f23ad52bf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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