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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김용균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 [기고] 명진 스님(평화의길 이사장)
글쓴이 : 시냇물  (61.♡.67.204) 날짜 : 2019-12-06 (금) 20:26 조회 :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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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와 유가족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고 김용균씨의 49재에서 절을 하자 그림자가 김씨의 사진 앞으로 비치고 있다.
▲  지난 1월 17일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와 유가족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절하는 그림자가 김씨 사진 앞으로 비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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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
세상에서 이유 없이 울고 있는 사람은
나 때문에 울고 있다



지금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 죽어가고 있다
세상에서 이유 없이 죽어가는 사람은
나를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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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너 마이너 릴케 '엄숙한 시간' 중

얼마 전 녹색병원 발전위원회가 있었습니다. 80년대 죽음의 공장이라 불리던 원진레이온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만든 병원이 지금의 녹색병원입니다. 원진레이온은 죽음을 부르는 각종 직업병을 양산하던 곳이었습니다. 그중 수은중독으로 죽은 15살 문송면군의 죽음은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었습니다.

30년이 넘는 세월 고통받는 이들을 품어왔던 녹색병원이 이 시대 올바른 병원의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 발전위원회를 만든 자리에서 "사람이 억울하게 죽지 않는 세상,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려고 촛불을 들었건만 그 꿈을 못 이룰 것 같아 너무 슬프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용산참사, 쌍용차 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 세월호의 죽음을 목도하면서 '무슨 이런 세상이 있나?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인가?', 깊은 슬픔과 분노가 있었습니다. 우발적 사건도 아니었고 예외적 사건도 아니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필연적 사건이었고 우리 시대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런 세상에서는 한시도 살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간절한 마음과 마음이 모여, 피맺힌 절규가 모여 촛불이 되었고, 그 겨울 엄동설한에도 끝내 꺼지지 않고 어둠을 밝히게 되었습니다. 국민들은 불의한 권력을 끌어내리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던 이들에게 국가의 운명을 맡겼습니다. 2017년 4월 3일 안전한 나라 발대식에서 지금의 대통령은 "안전 때문에 눈물짓는 국민이 단 한 명도 없게 만들겠습니다"라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건설 현장에서 죽은 스물두 살 김호민씨(가명), 건설노동자 김태균씨, 태안발전소 김용균씨 등 헤아릴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어갔습니다. 이들이 죽어야 했던 까닭은 일터에서 성실히 일한 것뿐이었습니다. 칠흑같이 캄캄한 발전소 작업장에 랜턴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채 일해야 했던 김용균씨의 사고는 차라리 일어나지 않는 게 외려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이 모든 안락과 호사가 모두 누군가의 고통과 희생, 목숨을 담보한 노동 위에 서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한 해 2000명의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죽어갑니다. 제 핸드폰에 입력된 연락처가 채 2000개가 되지 않습니다. 제가 연락하고 알고 지내는 사람 숫자만큼의 목숨이 해마다 사라집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알면서도 무심했던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설마 나한테… 설마 우리 가족에게.

우리의 희망은 우리 손으로
 
 태안화력발전 청년비정규직 고 김용균 1주기 추모 주간 선포 기자회견이 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참석자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를 비롯한 정부여당이 유가족 참여하는 석탄화력발전소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전혀 이행되고 있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지난 2일 태안화력발전 청년비정규직 고 김용균 1주기 추모 주간 선포 기자회견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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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씨의 엄마 김미숙씨도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한 사람의 부모로서, 또 이웃으로서 안타까워했지만 그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고 합니다. 남의 일인 줄만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너는 엄마아빠한테는 정말 생명 같은 존재니까, 몸 잘 보살펴야 되고, 차 조심 늘 해야 되고, 나갈 때마다 조심해라'고 했던 아들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싸늘한 주검이 되었을 때, 엄마는 세상이 다 무너지고 아득해졌다고 합니다.

그 후 엄마는 당신의 아들같이 죽는 아이들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국회로 아스팔트로 쫓아다니면서 '산업안전보건법'을 만들기 위해 온몸을 던졌습니다. 28년 만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저세상으로 간 아들에게 어미로서 작지만 뭔가를 해냈다는 마음으로 다음날 아들이 일하던 태안분소 현장에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김용균의 동료들은 웬일인지 어깨가 축처져 있었다고 합니다. '김용균법'이라 불리던 '산업안전보건법'엔 김용균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죽음의 외주화를 막겠다며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했건만 시행령을 완화시킴으로서 이 법을 무력화시켜 버린 것이었습니다.

국가는, 정치는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희망과 기대로 부풀었던 가슴은 어느새 절망이 가득 고여 있습니다. 그래서 슬픕니다. 다시 슬픔은 분노가 되어야 할까요? 그 분노는 어디로 향해야 할까요? 우리는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할까요? 들 수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 바깥에다 희망을 걸고 바랐던 것이 잘못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이 녹색병원을 만들었듯, 우리의 세상은, 우리의 희망은 우리 손으로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요.

슬픔의 연대, 고통의 연대, 을들의 연대, 민중의 연대. 우리의 눈물과 피땀이 함께 한 그 연대만이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희망의 등불이 될 수 있음을. 오랜 어리석음 뒤에 다시금 생각하는 오늘입니다. 부디 12월 7일 고 김용균 청년비정규직 1주기 추모대회에 그런 우리들의 마음이 모여지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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