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러닝 크루

복잡한 러닝 기술, 누군가에겐 정지 기술
살 떨리는 초보를 위한 최소한의 기술은?
중심 이동 따라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라!
‘아디다스 러너스 서울’ 러닝 코치의 조언
지난달 29일, 서울 성수동 서울숲에서 ‘아디다스 러너스 서울’ 박성찬 코치가 달리기 전 몸을 풀고 있다.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지난달 29일, 서울 성수동 서울숲에서 ‘아디다스 러너스 서울’ 박성찬 코치가 달리기 전 몸을 풀고 있다.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달리기는 쉬워 보이지만 ‘제대로 달리기’는 어렵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턱을 당긴다. 시선은 전방 45도 아래. 또는 5m 앞. 손은 달걀을 쥐듯 살포시 감아쥔다. 어깨에 힘을 뺀다. 팔꿈치는 90도 각도로 굽힌다. 달릴 때 손이 골반 양옆을 스치는 기분으로 팔을 휘젓는다. 발바닥 전체로 착지하는 기분으로 내디딘다. 호흡법은 ‘습습 후후 습습 후후’ 정도가 좋겠다. 코와 입 둘 다 이용해 호흡하되 복식호흡을 해보자.’ 초보자가 이런 정교한 달리기 기술을 따라 하다 보면 몇 발짝 못 가서 스텝이 꼬여 멈추게 될 것이다. 고급 달리기 기술은 때로 초보자들에겐 정지 기술이 된다. 지난달 29일, ‘런베이스 서울’(성동구 성수동 1가)에서 ‘아디다스 러너스 서울’ 박성찬(39) 러닝코치에게 달리기를 배웠다. ‘아디다스 러너스 서울’은 아디다스가 운영하는 전 세계 러닝 커뮤니티의 한국 지부다. 시작하는 러너(달리기 하는 사람)들에게 박 코치가 권하는 최소한의 기술을 소개한다.

“특별히 흠잡을 데가 없네요.” 뜻밖이었다. 마흔을 앞두고 뒤늦게 재능을 발견한 걸까. 헉헉거리며 왕복 50m 달리기를 하고 돌아온 내게 박성찬 코치는 “리듬이 살아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칭찬은 고래도 달리게 한다’가 그의 지도 철학인 건 아닐까. 박 코치는 “처음 달리기를 배우러 온 사람들은 보통 땅과 싸우면서 달린다. 쿵쿵거리며 뛰거나 발을 질질 끈다. 가볍고 리드미컬하게 뛰는 경우는 드물다. 지금 운동부족으로 심장이 잠자고 있어서 그렇지 지금처럼 꾸준히 달리면 된다”고 말했다. 손, 팔꿈치, 배, 허리의 자세와 보폭, 호흡, 착지하는 발의 부위 등에 관한 ‘완벽하게 달리는 기술’을 상세하게 짚어달라고 하려던 애초 취지는 어긋났다. 할 수 없었다. 최소한의 기술만 짚어달라고 했다. 이름하여 초보들을 위한 러닝 기술 에이비시(ABC).

지난달 29일, 서울숲에서 김선식 기자가 달리는 자세를 지켜보는 박성찬 코치(오른쪽).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지난달 29일, 서울숲에서 김선식 기자가 달리는 자세를 지켜보는 박성찬 코치(오른쪽).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시선 : 그냥 정면 보세요 턱 당기는 걸 신경 쓰면 오히려 자세가 흐트러질 수 있다. 달리기 관련 책에 주로 등장하는 ‘45도 아래를 바라보라’는 말은 따라 하기 어렵다. 선수들에게나 권할 자세다. 초보자들에겐 오히려 집중에 방해될 수 있다. 땅이나 하늘을 보지 말고 정면을 응시하라. 정면만 봐도 자연스럽게 턱이 들리지 않고 당겨지는 효과가 있다. 달릴 때 ‘가동할’(움직일) 부분과 ‘안정할’(움직이지 않을) 부분이 있는데 머리와 몸통은 안정할 부분이다. 머리가 흔들리면 몸통도 흔들린다. 정면을 바라본다고 생각하면 머리를 고정하는 효과도 있다.

지금, 플레이하러 가기

■어깨 : 의외로 중요한 곳 평소 운동량이 부족한 이들은 어깨를 쓸 일이 별로 없다. 보통 뭉쳐있거나 굳어 있다. 어깨는 달릴 때 의외로 중요한 부위다. 몸통이 고정된 채로 팔을 앞뒤로 흔들어 리듬을 타야 하기 때문이다. 어깨가 굳어 있으면 팔이 흔들릴 때 몸통이 같이 흔들려서 달리기 자체가 불안정해지고, 에너지 소모가 커진다. 준비 운동할 때 어깨를 충분히 풀어줘야 하는 이유다. 달릴 때 보통 어깨에 힘을 빼라고 주문하는 데 어깨가 굳어 있으면 힘을 뺄 수도 없다.

■손과 팔 : 양팔은 거들 뿐 선수들도 달릴 때 손 모양이 제각각이다. 손은 편한 대로 두면 된다. 다만 휴대전화를 한 손에 들고 달리는 건 권하지 않는다. 균형이 한쪽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그 자세로 계속 달리면 불균형한 자세가 굳어질 수 있다. 휴대전화를 가지고 달려야 한다면 힙색(허리에 둘러 엉덩이 쪽으로 매는 작은 가방)을 차고 달리는 방법이 있다. 주먹을 꽉 쥐는 것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좋지 않다. 팔꿈치를 90도 각도로 유지하면서 휘저어 달리면 추진력이 높아진단 얘기는 선수들에게나 통하는 얘기다. 초보자들은 가볍게 리듬을 타는 기분으로 앞뒤로 흔들면 충분하다. 간혹 팔을 세게 휘둘러 팔에 몸이 따라가는 것처럼 달리는 경우가 있는데, 몸에 팔이 따라가는 게 맞다. 몸 중심이 이동하고 팔과 다리가 그 중심을 따라가는 느낌으로 달려야 한다.

지난달 29일 ‘런베이스 서울’에서 달리는 자세를 설명하고 있는 박성찬 코치.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지난달 29일 ‘런베이스 서울’에서 달리는 자세를 설명하고 있는 박성찬 코치.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배와 허리 : 살 떨려도 괜찮아 달리면 뱃살이나 허릿살이 흔들려 불쾌하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의식하지 않는 게 좋다. 흔들리다 보면 사라질 것이다. 살에 신경 쓰면 달리는 집중력이 분산된다. 허리를 펴는 것만 유념하면 된다. 허리를 세우면 자연스럽게 배가 어느 정도 들어간다. 보통 많은 사람이 먼저 몸을 만든 다음에 달려야겠다고 생각하는데 그 반대다. 달리기하면 그에 맞는 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보폭 : 뛰다 보면 늘어나요 종종 의식적으로 무릎을 높이 들어 올려 달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과도하게 무릎을 올리면 몸이 뒤로 젖혀져 균형이 깨질 수 있다. 부상 위험도 있다. 무릎을 들어 올리는 느낌이 아니라, 앞으로 나간다는 느낌으로 달려야 한다. 보폭은 달리기가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앞으로 좀 더 치고 나간다는 느낌으로 보폭을 넓게 달리는 순간이 온다. 보폭을 과도하게 넓게 하려는 경우도 있는데 뒤꿈치로 착지할 때 다리에 충격이 올 수 있다. 선수들은 앞꿈치, 중앙, 뒤꿈치 등 주법에 따른 착지 부위를 정해 훈련하기도 하지만, 초보자들은 무리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착지하면 된다.

■호흡 : 크게 뱉고 크게 마셔라 ‘습습 후후’와 같은 호흡법은 오래전 나온 교과서 속 얘기다. 초보자에게 더 중요한 건 자연스럽게 호흡하되 숨이 찰 땐 시원하게 크게 내뱉는 것이다. 숨은 뱉는 만큼 들이마실 수 있기 때문에, 크게 뱉으면 크게 마시면서 뇌도 깨울 수 있다. 너무 오랜만에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은 호흡에 필요한 근육들이 발달하지 않아서 통증을 느끼기도 하는데, 그 손상이 회복되면서 근육이 강화된다. 숨이 너무 차서 몸이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는 경우도 있으니 무리한 달리기는 삼가야 한다. 초보자는 달리면서 옆 사람과 대화할 수 있을 정도 속도로 뛰면 된다. 다만 너무 느리게 달리면 몸이 계속 뒤에 머물러 있어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몸에 충격을 더 많이 받는다. 일부러 느리게 뛸 필요는 없다. 1㎞ 달리는 데 7분이 넘으면 너무 느린 달리기로 본다. 달리기가 정 어려운 사람이라면 빠르게 걷기와 달리기를 반복하는 연습을 권한다.

박성찬 코치.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박성찬 코치. 사진 경지은(스튜디오 어댑터)
■휴식 : 뻐근하면 쉬자 초보자들은 오늘 달렸으면 내일은 쉬는 게 좋다. 한 주에 2~3일 달리면 된다. 10㎞ 달리기 대회를 나갔다면 2~3일은 쉬어야 한다. 다음날 ‘회복을 위한 러닝’을 한다고 또 달리면 부상 위험이 있다. 근육이 뭉쳐있으면 인대가 받는 부담이 커져 부상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근육이 뻐근하거나 뭉친 느낌이 있으면 쉬자. 빠른 회복에는 충분한 수면과 구연산 많은 과일이 좋다.

■부상 : 몸에 집중합시다 달리기 전 스트레칭은 필수다. 특히 발목과 어깨를 잘 풀어줘야 한다. 발목이 굳어 있으면 무릎에 무리가 가고 몸통도 흔들린다. 사람, 차, 자전거가 많은 곳에서 이어폰을 끼고 달리면 사고 위험이 있다. 주변 물체를 인식하는 감각이 상대적으로 무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처음 달리기를 배우는 사람들은 지루하다고 음악을 들으며 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달리기 재미에 빠지면 호흡, 동작, 기분에 집중하게 돼 나중엔 음악을 안 듣고 달리게 된다.

■시공간 : 때와 장소를 가려서 비 오는 날 달리면 감기에 걸리기 쉽고 눈 오는 날 달리면 미끄러져 인대를 다칠 위험이 있다. 미세먼지 많은 날 달리면 두통이 심해질 수 있다. 이런 날에는 달리기를 쉬길 권한다. 달리기를 꾸준히 한 사람이라면 공복에 달리는 게 좋지만, 초보자는 공복 상태로 달리기가 힘들어서 달리기 자체를 중단하는 경우가 있다. 처음부터 무작정 공복에 달리지 말고, 소화가 잘되는 과일이나 에너지 음료를 먹고 뛰는 걸 권한다. 초보자들은 발목과 무릎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오르막길, 내리막길, 골목길, 도로변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 학교 운동장처럼 트랙이 있는 평지가 가장 좋다. 서울에선 서울숲, 한강 공원, 올림픽 공원, 월드컵 공원, 여의도 공원을 권한다.

■동기부여 : 얼굴에 자신감이 빛난다

처음에 3㎞도 못 달리는 사람에게 10㎞는 ‘불가능한 거리’다. 하지만 꾸준히 달리다 보면 두 달 만에 10㎞를 완주하기도 한다. 그리곤 ‘나도 하면 되는구나’라는 자신감을 얻는다. 인생이 달리기로 드라마틱하게 바뀌진 않지만 ‘나도 집중하니까 된다’는 작은 자신감이 다른 삶의 순간들로 이어진다. 달리기로 얼굴빛이 달라진 사람들을 여럿 봤다. 달리기는 나와 우리와 세상을 활기차게 하는 운동이다. 무엇보다 달리기는 재밌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러닝 달리기. 빠른 속도로 움직여 뛰는 일. 요즘 러닝은 조깅이나 마라톤과는 다른 일종의 문화 현상이다. 20~30대가 주축인 ‘러닝 크루’(running crew)들이 퇴근 후 빌딩 숲 사이를 질주한다. 세련된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와 운동화를 착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기능성 장비와 디지털 기기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으로 기록도 관리한다. 함께 뛰는 것, 멋있게 뛰는 것 자체가 라이프스타일이 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