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커버스토리

변호사 찾기 전
법원 누리집·형사사법포털 클릭
대한법률구조공단·무료 법률상담소 요긴해
결백 증명 증건 본인이 찾아야
최근 ‘나 홀로 소송’ 늘었지만
소송 실익 따지는 게 중요
소송. 말만 들어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법으로 모든 것을 조율하는 법치국가의 시민이지만 여전히 법은 ‘그들만의 리그’로 느껴진다. 과거 ‘소송하다가 삼대가 망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송사는 일반인들이 멀리해야 할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살다가 한두번 정도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어느 날 갑자기 소송을 당하거나 또는 나의 권리를 찾기 위해 소송을 준비할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변호사를 찾으라’는 뻔한 대답이 식상한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누리집 갈무리.
대한법률구조공단 누리집 갈무리.

형사사법포털 누리집 갈무리.
형사사법포털 누리집 갈무리.
소장 받았다면 바로 법원 누리집으로

어느 날,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집배원이 찾아왔다. “이소송씨 되시죠? 등기우편입니다.” 법원에서 보내온 것이다. 봉투를 열어보니 민사소송 소장이 들어 있다. ‘뭐지?’ 찬찬히 읽어 보니 기사에 달린 댓글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과 위자료를 청구한 내용이다. “난 댓글을 단 적이 없는데?”

자다가 날벼락을 맞은 이소송씨. 가슴이 쿵쾅쿵쾅 뛴다. 대학 교육까지 받은 나름 교양인이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는 변호사도 없다. 어쩌지?

이씨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법원 누리집에 들어가는 것이다. 법원 누리집 메인 화면 오른쪽에는 대부분 ‘나의 사건 검색’이란 메뉴가 있다. 여기서 소장에 기록된 사건 번호를 입력하면 언제 사건이 접수가 됐는지, 변론기일이 언제 잡혔는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관할 법원 사정이나 소송 형태에 따라 변론기일이 잡힌 경우가 있고, 아닌 경우가 있다. 아직 잡혀 있지 않다는 건 쉽게 말해 재판 날짜가 정해지지 않은 것이니 조금은 여유가 있다. 기일이 잡혔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유가 분명하다면 기일 변경 신청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대한법률구조공단 누리집(klac.or.kr)에서 변론기일변경신청서 양식을 내려받아 서류를 작성해서 법원 해당 재판부에 보내면 된다.

그다음으로, 답변서 작성이다. 소장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 답변서를 내야 한다. 손 놓고 있다간 법원이 변론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해, 무변론으로 판결을 내릴 수 있다. 답변서 작성을 위해선 대한법률구조공단 누리집을 활용하자. 공단 누리집에선 거의 모든 소송 양식을 내려받을 수 있다. 소송에선 이왕이면 정해진 양식을 쓰는 게 좋다.

답변서를 작성할 땐 자신의 억울한 마음을 구구절절 전부 쓸 필요는 없다. ‘소장을 잘 받았고, 구체적인 답변을 준비할 테니 변론기일을 지정해 달라’는 내용을 간략하고 정중한 문체로 작성하면 된다. 일단 이 정도만 해도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다음으로 할 것은 증거 수집이다. 소송을 당한 경우라면, 내가 결백하다는 증거를 모아야 한다. 이소송씨를 예로 들면, 내가 해당 댓글을 단 적이 없다는 증거를 찾아야 한다. 아이디 해킹을 통해 댓글이 달린 경우라면, 아이디가 해킹된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마침 이소송씨는 댓글이 달린 시간에 영화 관람을 위해 스마트폰을 꺼둔 상태였다. 이동통신사에 연락해 관련 사실을 확인하는 서류를 받았다. 댓글이 달린 포털에도 연락해 댓글 작성자의 아이피(IP)주소도 확인했다. 중국이었다.

증거 확보는 변호사를 선임한다 해도 자신이 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변호사는 조력자이지 해결사가 아니다. 본인의 무고함을 증명할 자료는 본인이 확보해야 한다.

이렇게 확보된 증거를 토대로 준비서면을 작성해 재판이 열리기 전 법원에 등기우편으로 보내면 된다. 준비서면 양식도 대한법률구조공단 누리집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작성하기 어렵다면 일단 법원으로 가보자. 각 지방 변호사회나 법무사회에서 운영하는 무료 법률상담소가 있다. 이곳에서 조언을 받을 수 있다.

형사사법포털 누리집 갈무리.
형사사법포털 누리집 갈무리.

형사사건은 일단 수사 협조부터

한숨 돌린 이소송씨. ‘별거 아니네’라며 일상으로 복귀했다. 그런데 웬일. 갑자기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아무개씨가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했네요. 경찰서로 와서 조사받으세요.” 또 가슴이 뛴다. 경찰서라고 하니 긴장부터 된다. 형사사건의 경우 보통 검찰청이나 경찰서에서 전화 연락이 온다. 이럴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최대한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는 인상을 풍기는 게 좋다. 전화로 “내가 무슨 죄냐”며 따지거나, 조사받으러 오라는 날에 가지 않거나 해서 수사를 피하려는 인상을 주면 백해무익이다.

조사를 받을 때는 말을 최대한 아껴야 한다. 형사사건에서 최초 진술은 매우 중요하다. 할 말 안 할 말 다 하다가 되레 안 좋은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많은 이들이 변호사와 동행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본인의 결백을 주장할 핵심적인 주장만 간략하게 진술하자.

형사사법포털(kics.go.kr)에서 사건 조회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찰이나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사건번호(형제번호)를 물어보고 기록해두자. 사건이 어느 검찰 지휘로 진행되고 있는지 등 사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긴급체포를 당한 상황을 가정해보자. 갑자기 수사관들이 집으로 들이닥쳐 자기를 긴급체포했다면, 대부분 당황하게 된다. 이럴 땐 묵비권이 좋은 해결책 가운데 하나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정리되지 않은 진술을 하면 오히려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묵비권을 행사하겠습니다” 또는 “대답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한 뒤 “형사당직 변호사의 도움을 받고 싶다”고 얘기하면 된다. 각 지방 변호사회에서 운영하는 형사당직 변호사 제도는 무료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단, 검찰 기소 전에만 가능하다는 점은 기억해두자.

변호사를 선임하기 어려운 여건이라면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좋다. 차상위 계층 등 구조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이 있지만 일단 상담이라도 받아보는 게 좋다.

대법원 나홀로 소송 누리집 갈무리.
대법원 나홀로 소송 누리집 갈무리.
소송하기 전에 실익 먼저 따져야

소송을 당하기도 하지만 때론 내가 구제를 받기 위해 소송을 할 경우도 있다. 소송당하는 쪽보다 소송을 내는 쪽이 준비할 것이 더 많다. 일단 소를 낸 사람에게 입증 책임이 있기 때문에 관련 증거 확보도 더 치밀하게 해야 한다. 예전엔 절차도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어 개인이 홀로 진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2000만원 이하의 소액 소송 사건이 많아지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나 홀로 소송’도 늘고 있다.

형사사건의 경우 관할 경찰서나 검찰청을 찾아가 고소장을 내면 된다. 고소를 할 경우는 자칫 ‘무고죄’로 역고소를 당할 수도 있으니, 객관적인 증거 확보가 먼저다. 댓글 피해 사건의 경우 화면 갈무리 등이 필수다. 교통사고나 폭력 사건의 경우 블랙박스나 폐회로텔레비전(CCTV)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최근 사회적 문제인 성범죄의 경우 우선 경찰에 신고해 성범죄 피해자임을 밝히고 진료 등 지원을 받아야 한다.

민사소송의 경우 법원에서 운영 중인 ‘나홀로 소송’(pro-se.scourt.go.kr) 누리집에서 관련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소송 절차와 준비서면 양식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돈을 빌려줬는데 못 받은 경우,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안 돌려주는 경우 등 소송 유형별로 정리가 잘돼 있다.

어렵지 않으냐고? 이미 소액 사건에서 나 홀로 소송은 대세고, 확산 추세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0년 청구금액 2000만원 이하 소액사건 가운데 나 홀로 소송 건수가 78.8%를 차지했는데, 2014년에는 82.1%로 늘었다.

소송을 하기 전에 염두에 둘 것이 있다. 바로 소송의 실익이다. 나 홀로 소송을 하면 변호사 수임료야 아낄 수 있지만 일단 소송이 진행되면 많은 사람들이 오기가 발동해 3심까지 간다. 몇년이 걸릴지 모른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소액 청구 소송의 경우 양쪽의 다툼이 있으면 실제 받을 수 있는 액수는 100만원 수준인 경우가 허다하다. 소송을 내는 쪽이 준비도 더 많이 해야 하고 비용도 더 들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도움말 장신해 변호사(법무법인 고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