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는 미신이 아니다 
한지훈 지음/스테레오마인드·4만원

‘사타케이블로 바꾸면 소리의 질이 달라진다.’ ‘50년대 진공관에는 50년대 공기가 들어있어서 그 시절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오디오 세계에 떠돌고 있는 이런 미신을 잡으려고 강호의 숨은 고수가 나섰다. <오디오는 미신이 아니다>를 낸 칼럼니스트 한지훈씨.

“오디오 숍과 오디오 전문가, 오디오 서적, 오디오 회사들이 그런 근거 없는 소문들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또 오디오에 하자가 있어도 바로잡으려고 하지 않아요. 마치 아파트에 하자가 있어도 값 내릴까 숨기는 것과 같지요.”

그는 “오디오 세계에 만연하는 혹세무민을 바로잡고 싶다”며 10년 전부터 오디오 마니아들 사이에 광풍이 불고 있는 빈티지 에이아르(AR, Acoustic Research) 스피커를 예로 들었다. 이 스피커의 소리는 물론 뛰어나지만 내구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앰프와 매칭이 어려워 “돈값을 못한다”는 것이다. “어느 오디오 평론가가 ‘수천만원짜리 오디오 부럽지 않은 소리’라고 극찬을 한 뒤로 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고 귀띔했다.

책은 ‘오디오 덕후’ 사이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소리의 진실을 찾아내는 오디오 안내서이다. 고교 시절부터 갈고 닦은 오디오 지식과 대학과 대학원에서 전공한 컴퓨터공학을 바탕으로 스피커와 앰프, 소스 기기 등 오디오 원리와 선택,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찾는 법, 오디오를 공간, 전기, 진동 제어의 관점에서 세팅하는 방법, 유용한 팁 등을 방대한 오디오 자료와 사진, 적절한 비유를 곁들여 알기 쉽게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오디오의 소리에 관해 설명하면서 클래식부터 재즈, 가요, 헤비메탈 등 수많은 음악과 추천음반을 소개해 오디오 입문자는 물론이고 애호가들의 눈도 높였다.

한지훈 스테레오마인드 대표가 12일 저녁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지훈 스테레오마인드 대표가 12일 저녁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언젠가 ‘자칭 오디오 마니아’라는 이의 집에 갔더니 그가 명품 스피커 ‘제이비엘(JBL) 4344’에 출력이 2~3와트에 지나지 않는 300비(B) 앰프를 연결하고선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불평해요. 그래서 ‘스포츠카 포르셰에 혼다 오토바이 엔진을 장착한 격’이라고 말해줬더니 놀라더군요. 최소한 100와트짜리 앰프가 필요합니다.”

이 책이 탄생한 계기와 과정이 재미있다. 그는 7년 전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며 대학 강의 생활을 접고 엘피와 시디 8000여장, 손때 묻은 오디오 세트를 꾸려 삽살개 두 마리만을 데리고 충남 태안 바닷가에 터 잡고 글방 겸 카페를 차렸다. ‘네버마인드’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틈틈이 오디오 관련 글을 올렸다. 그러자 블로그를 방문한 ‘이웃’들이 “오디오 마니아들이 미신 때문에 상처받고 있는 것을 그냥 보고 있을 거냐?”고 충동질했다. 그가 책을 낸다고 하자 그 이웃들이 400여권을 선주문했고 책 편집과 디자인까지 재능 기부하겠다고 나섰다. 내친김에 1인 출판사 ‘스테레오마인드’를 차렸다.

그는 책 수익금을 종잣돈 삼아 가을께 앰프와 스피커의 조합을 중심으로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담은 후속작을 내겠다고 했다. 앞으론 좋아하는 국내외 연주단체의 음반 작업도 도울 생각이다. 그에게 “명품 오디오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하자, 곧바로 “오디오는 결국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 위한 도구일 뿐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글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